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내년도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예산을 두고 대립했다. 시의회가 서울시가 관련 예산을 삭감한 사실을 지적하자 오 시장은 "목젖까지 빚이 차올랐다"며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오 시장은 18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서울시는 교육청이나 자치구와 소통 없이 혁신교육지구 예산을 깎았다"는 양민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의 지적에 "사업에는 100% 동의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며 예산 삭감에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시장 시절 서울시 자체 채무만 3조로 시작해 9조6000억 원이 됐고 서울시 전체 빚은 18조9000억 원"이라며 "내년이면 재정위기 단계로 올라가게 돼 교육 관련 사업은 교육청에서 부담하고 자치구 현장 밀착형 사업은 자치구에서 부담하길 여러 경로로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자치구, 지역사회, 학교가 협력해 마을 교육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2013년 구로ㆍ금천구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2019년부터는 25개 자치구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시 125억 원, 서울시교육청 125억 원, 자치구 151억 원 등 401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내년에는 서울시교육청은 125억 원을 투입해 올해와 같고, 자치구는 157억 원으로 더 늘었지만 서울시는 48% 줄어든 65억 원만 편성했다. 이에 양 의원은 양 의원이 "예산 삭감은 큰 고민 없이 이뤄진 전임 시장 지우기식 정치 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상대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좋은 기관이 예산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민들은 서울시 재정이 얼마나 고갈 상태인지, 교육청 재정은 얼마나 풍부한지 모른다"며 "혁신교육지구 사업도 서울시와 교육청, 자치구가 1대 1대 1 비율인데 서울시보다 훨씬 재정적으로 여유로워진 교육청, 자치구가 부담하면 잘못된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과 자치구 재정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시교육청 세입은 1.9%, 세출은 무려 5.5% 증가했다. 2018년 대비 지난해 말 서울시 세입 총액이 약 30% 증가할 때 자치구 세입 총액은 50%를 넘어섰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큰 틀에서 사업하고 현장 밀착형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되도록 자치구에서 재원을 마련하는 게 맞다"며 "교육과 연관이 있다면 교육청이 함께 거드는 게 맞고 큰 틀의 원칙을 감안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과 함께 시정질문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혁신교육지구 예산 삭감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의견을 내놓았다. 조 교육감은 "예산 배분체계가 달라지면 사업 수행방식을 다시 짜는 문제가 있다"며 "지방이 많이 벤치마킹하는데 서울이 바뀌면 지방도 영향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사업은 서울의 대표적인 성공한 교육 협치 사업으로 교육감이나 시장, 구청장이 개입해서 효과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사업이 아니다"며 "의원들은 예산 심의 과정에서 변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