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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이 남긴 '재건축 흔적' 오세훈이 지운다

입력 2021-06-29 14:40수정 2021-06-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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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문화유산 보전" 인허가권 무기로 강행…주민들 "흉물" 반발
서울시 "개포주공 조합 대안, 보완한 후 다음 도시계획위서 논의"
吳 시장 취임 후 분위기 반전…잠실5단지·반포주공 철회 기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 한가운데 '재건축 흔적 남기기' 대상인 429동과 445동이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 제공=개포굿모닝공인중개사)

서울시가 박원순 전(前) 서울시장이 추진하던 '재건축 흔적 남기기' 정책 지우기에 나섰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노후 아파트 단지로선 '손톱 밑 가시'가 빠지게 됐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 1ㆍ4단지 재건축 조합은 28일 서울시와 간담회를 열었다. 서울시에 재건축 흔적 남기기 정책 철회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인허가권 무기로 강요한 '흔적 남기기'…주민, 안전ㆍ미관 들며 반발

재건축 흔적 남기기는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일부 동(棟)을 철거하지 않고 남겨두는 정책을 말한다. 박 전 시장 시절 아파트 개발 초기 생활상을 보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됐다.

재건축 흔적 남기기 정책은 서울시가 쥔 정비사업 인·허가권과 맞물려 추진됐다. 서울시는 재건축 정비계획 심의권을 무기로 재건축 사업장에 흔적 남기기 정책을 수용할 것을 사실상 강제했다. 개포주공1단지와 4단지도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각각 한 동, 두 동이 흔적 남기기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들 건물은 역사관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었다.

문제는 재건축 흔적 남기기 정책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추진되다 보니 주민 반발이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건축 조합에선 노후 아파트 존치로 인한 안전 문제와 새 아파트 경관과 부조화 등을 들어 흔적 남기기에 반대했다. 단지 한가운데 옛 아파트가 버티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실질적 이유도 흔적 남기기 정책에 대한 반발을 불러왔다.

'요지부동' 박원순 시정과 달라진 분위기
서울시 "개포주공 조합 대안, 보완해 다음 도시계획위서 논의"

이번 간담회에서도 개포주공1단지와 4단지 재건축 조합은 흔적 남기기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4단지 조합 관계자는 "광주(光州) 철거 현장 사고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 한 명이라도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 어떡하느냐"며 "이런 문제의식에 서울시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들 조합은 흔적 남기기 대상 건물을 철거하는 대신 새 건물을 지어 재건축 이전 단지 역사 자료를 전시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가부를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조합에서 낸 대안을 보완해서 다음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했다. 재건축 흔적 남기기가 정비계획에 명시돼 있어 이를 바꾸려면 도시계획위 심의를 거쳐 정비계획을 바꿔야 해서다. 이날 간담회에서 즉각적인 결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요지부동으로 흔적 남기기를 고집했던 박원순 시정과는 기류가 달라졌다. 이를 두고 조합에선 서울시가 재건축 흔적 남기기 철회를 수용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건축 흔적 남기기를 향한 서울시 태도가 달라진 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과 무관하지 않다. 오 시장은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주민 반발이 거센데 과연 누구를 위한 흔적 남기기인 것인가”라면서 재건축 흔적 남기기 정책 폐지를 공약했다.

오세훈 "누굴 위한 흔적 남기기인가"…잠실5단지ㆍ반포주공도 선례 기대

현재 서울에선 개포주공1·4단지 외에도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2·4주구)가 재건축 흔적 남기기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개포주공1·4단지에서 흔적 남기기 정책이 철회되거나 축소되면 서울시 재건축 정책이 '규제 완화' 쪽으로 한 걸음 더 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지별로 정비계획 변경을 진행해야 하긴 하지만 흔적 남기기 축소·철회를 주장할 선례가 생기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노후 아파트가 정말 보전될 가치가 있는지, 도시 미관에 부합하는지는 논쟁거리다. 보전한다고 해도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찮을 것"이라면서 "정말 보전 가치가 있다면 서울시가 매수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인허가권을 가지고 민간 재산권을 침해하는 재건축 흔적 남기기 제도는 시작점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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