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배당 확대 등 주주 이익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들이 단순히 지분만 사들이지 말고 헌신적인 집사처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일종의 지침서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격 도입에 나서기 전인 2018년 5월 ‘짠물 배당’ 기업을 중점관리하는 이른바 ‘저배당 기업 블랙리스트’에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 등 2개 기업을 올려 이들 기업으로부터 배당 개선정책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당장 국민연금의 배당 압박이 올해에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올해 초 경영권과 무관한 기관투자가의 주식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와 ‘일반투자’로 세분화한 이후 국민연금이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 변경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기준에 따라 국민연금은 지난 2월 지분율 5% 이상인 56개사에 대해 일괄적으로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꿨다. 일반투자는 배당확대,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 임원 보수 삭감 등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를 말한다.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연기금의 이러한 행보가 ‘연금사회주의’로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의 경우 국민연금의 배당 요구가 코로나19 여파에 신음하는 기업들을 옥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타격으로 대다수 기업이 배당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배당보다는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가 더 절실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고배당을 요구한다면 기업들의 부담을 더 키우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 자금을 이용해 배당 확대 요구를 넘어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는 재벌개혁이나 경영간섭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10월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 분할 이슈가 대표적인 사례다. LG화학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LG화학 물적 분할 안에 반대의견을 냈다. 국민연금의 반대표에도 주총 결과에 이변은 없었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가 전문적인 투자 판단이 아닌, 개인 투자자들의 눈치를 본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연금사회주의로 몰아세우는 것은 과도한 비판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자산운용 관계자는 “연금사회주의로 몰아세우는 것은 국민연금 투자는 받으면서 간섭은 하지 말라는 주장과도 같다”면서 “보유 주식에 부여되는 배당청구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상법이 보장하는 권리”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반대표 행사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연기금의 경영 간섭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정기 주주총회 기준으로 국내 3대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반대율은 전년 대비 5.1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1~8월까지 중간집계 내려보면 의결권 가운데 15~16%에 국민연금이 반대안을 냈는데 대체로 국민연금이 (의결권과 관련해) 반대하면 결론이 반대가 나왔고, 찬성하면 찬성 결과가 나왔다”면서 “우리(국민연금)가 대세와 어긋나는 결정하게 되면 되돌아보겠지만, 지금까지는 순리에 맞게 결정했고 대세도 그와 같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