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된 ‘판사 사찰’…법조계 “위법 떠나 부적절”

입력 2020-11-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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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와 징계 근거로 제시한 재판부 사찰 의혹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해당 문건 작성이 위법성을 떠나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많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이 직무정지 집행정지를 신청한 데 대한 법원 심문이 30일 열린다. 대검에서 만든 이른바 ‘재판부 사찰 문건’에 대한 법원 판단을 엿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추 장관은 재판부 사찰 의혹을 주요 윤 총장의 직무정지, 징계청구 등 주요 근거로 지목했다. 이후 법무부는 판사 사찰과 관련해 윤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문건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생산돼 윤 총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 공공수사부 등에 전달됐다. 법무부는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판사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문건을 생산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위법성 여부는 쉽게 단정하지 못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판사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기분은 나쁘지만 문제를 제기할 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찰 지시인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행위의 적절성이나 위법성 여부는 문제 될 소지가 있지만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직 부장판사는 “위법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부적절한 것은 맞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참고자료일 뿐 불법성 없어" vs 추미애 "중대한 불법의 결과물"

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시각은 차이가 있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 성향분석은 당연한 것이고, 정보를 수집할 때 미행이나 감청 등 불법이 없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언론사에서 공보담당관인 차장검사 세평을 알아보는 게 불법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판을 위해 정보를 수집한 것을 업무에서 벗어났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직권남용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게 사찰이면 변호사협회 우수 법관 선정도 사찰에 해당한다”며 “선정기준이나 평가항목이 무척이나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사에 반영하라고 법원 행정처에 결과를 전달하는데, 이건 불법행위에 인사권 개입이냐”고 반문했다.

당시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을 지내며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고양지청 부장검사는 “자료 작성 의도는 누구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다”며 “어떤 처분권자에 관한 유의사항을 피처분자 입장에서 정리한 게 사찰이냐”고 되물었다.

윤 총장도 “지속적인 동향 파악, 감시나 대상자에 대한 불이익을 가할 목적 등으로 작성된 문건이 아니다”며 “일선청 공판검사들의 중요사건 공판 수행과 관련 지도 참고자료로서 목적의 불법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위법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악용될 수 있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고 실제로 악용된 사례도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해 수사 의뢰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정보’를 수집하는 곳일 뿐 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해 검사들에게 배포하는 기구가 아니다”며 “문건의 모든 내용이 중대한 불법의 결과물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검 감찰부 강제수사 위법 소지 있어…법무부 수사 의뢰도 순서 어긋나

한편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조치와 대검 감찰부의 압수수색, 법무부의 수사 의뢰 등의 순서가 어긋나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4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정지와 징계청구를 발표한 뒤 대검 감찰부는 25일 오전 수사정보정책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징계 내용을 근거로 대검 감찰부가 수사에 나선 것인데, 윤 총장이나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 차장검사)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장관 발표 직후 수사에 착수한 점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모두 검찰청법이나 내부 감찰규정 등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감찰부에서 이미 재판부 사찰 문건으로 수사에 착수한 뒤에 법무부가 수사 의뢰를 한 점도 순서가 어긋났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검 감찰부는 "법무부로부터 수사 참고자료를 이첩받아 검토한 결과 신속히 범죄혐의 관련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신속히 집행한 것이지 법무부 장관의 브리핑과 내용을 미리 알고 사전에 교감하면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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