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34.70달러(1.7%) 급등한 20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온스당 첫 2000달러 돌파다. 이날 금값은 한때 2027.30달러까지 치솟으며 장중 최고가 기록도 갈아치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가 미국 국채 수익률이 바닥을 치면서 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 미국 달러 가치 하락 우려가 커진 점도 금 쏠림 현상을 부추겼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32%가량 상승했다.
기본적으로 금은 국채와 달리 배당금이나 이자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 완화를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돈을 풀면서 국채 수익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광범위한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세계 정부가 쏟아부은 돈만 20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웃도는 규모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5%에 다가가고 있다.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금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 치빌리 나인티원 펀드 매니저는 “금값 랠리의 배경에는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세계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지, 대규모 경기부양 자금에 힘입어 회복될지에 관한 불확실성”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금값이 향후 18개월 안에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채 마이너스 수익률과 주식시장 고평가도 금값의 추가 상승을 뒷받침한다.
파하드 카말 클라인워트 함브로스 수석 시장 전략가는 “물가를 고려하면 금값은 여전히 사상 최고치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상 최고 금값은 2500달러로 1979년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던 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