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정부 내에서도 딴소리… 컨트롤타워 부재에 시장 혼란 가중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국토교통부 입장이 반나절 만에 뒤바꿨다.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한 국토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시장 혼란만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책 남발로 혼란에 빠진 서울 주택시장에 확실한 공급 시그널을 주기는 커녕 부처 간 엇박자에 이어 말바꾸기까지 이어지면서 부동산 정책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박선호 국토부 차관은 1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주택공급확대 실무기획단 첫 회의에서 "도시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10 대책에서 제시한 도심 고밀 개발, 유휴 부지 활용, 공공관리 재건축‧재개발 등 다섯 가지 방안 중 서울시 등 관계 기관과 협의가 진행됐던 사항도 있고,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할 사항도 있다"며 "오늘 첫 회의를 기점으로 다섯 가지 방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도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박 차관은 "정부 차원에서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못을 박았다. 그린벨트는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목적과 함께 도시 외연을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다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야 한다는 지적도 있어 집을 짓기 위해 당장 활용한다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이는 전날 홍남기 경제 부총리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도 열어놨다"고 언급한 것과 배치되는 부분이어서 부처 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을 두고 부처 간 엇갈린 메시지가 전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재건축 연한 연장 가능성을 언급하자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는 "정해진 정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초에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주택거래허가제를 언급하면서 시장의 반발이 거세지자 박 차관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는 사태도 벌어졌다.
시장에선 다른 관계자도 아닌 주무부처 고위 관계자의 잇단 불협화음와 말바꾸기는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피해를 입는 건 결국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수요자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정부 정책 방향이 오락가락 하는데 앞으로 정부를 믿겠나"며 "부처 간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결국 정책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