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연은 총재들, 미 경제에 경종 울려…“장기간 상흔 남을 대규모 파산 위험”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미국 경제가 역사적인 침체의 기로에 놓인 가운데 금융당국자들은 경제 활동 중단이 장기화하면 대규모 기업 파산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세인트루이스에서 가진 화상 강연에서 “경제활동 중단이 길어지면 대규모(great scale) 기업 파산이 일어나 불황에 빠질 위험이 생긴다”고 경고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코로나19 유행으로부터의 ‘완만하고 약한 회복’을 전망했으며,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실업률이 계속 오를 경우 재정에 의한 추가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전격 인하하고, 전례 없는 대출 프로그램을 내놨다. 그럼에도 블러드 총재는 올해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40%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수치에 대해 “놀라운 수치로, 미국이 전후에 경험한 어떠한 마이너스 성장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라며 정부의 기업 폐쇄 명령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의 주요 경제, 특히 미국 경제에서 장기간 ‘정지 버튼’을 누를 수는 없다”며 “이러한 정책의 한도는 90일 내지 120일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이 활동을 재개하지 않으면 아주 많은 파산이 일어나고, 장기적으로 악영향이 남는다”고 강조했다.
카시카리 총재도 온라인 이벤트에서 건강과 의료에 대한 우려에 따라 소비자와 기업 활동이 계속 제약을 받으면 경기 회복은 더딜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이 바이러스를 둘러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때까지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며 “경제가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돌아올 때까지 들쑥날쑥한 회복을 천천히 이어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서는 세 명의 총재 모두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불러드 총재는 유럽과 일본의 예를 들며 “자산 매입이 더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또 현재 제로 수준인 기준금리를 아예 마이너스권으로 내려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다른 나라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혜택을 보는 가운데, 미국도 선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연준에 추가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