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정몽규 회장 패밀리 자사주 매입 나선 이유는

입력 2020-01-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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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7월 이후 HDC현대산업개발 주가 추이(자료제공=키움증권)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내면서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HDC그룹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 이후 주가가 급락한 상황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4일 전거래일 대비 4.20%, 950원 상승한 2만355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을 중심을 저개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다. 전날에는 4.64%(1100원) 하락하며 2만2600원을 기록했다. 장중 2만23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지주회사인 HDC 전날 하락 마감한 가운데 지난 8일에는 9980원까지 빠져 역시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2018년 5월1일 현대산업개발에서 인적 분할돼 같은 해 6월12일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한 두 기업은 주택사업 위축 가능성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부담감으로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총 역시 크게 줄었다. 분할 전인 2018년 4월30일 현대산업개발의 시총은 3조4978억 원에 달했지만 전날 종가 기준 시총은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을 합쳐 1조6061억 원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해 시평순위 9위로 대형건설사지만, 다른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데 반해 현대산업개발은 주택사업비중이 70% 수준으로 유독 높아 주택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적하락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당분간 주가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수가 마무리되서 아시아나항공 실적이 HDC현대산업개발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될 경우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고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 역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 사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HDC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처음 HDC 지분을 매입한뒤 꾸준히 지분을 늘려 첫째인 정준선 씨가 0.20%(12만 주), 둘째인 정원선 씨가 0.18%(11만 주), 셋째인 정운선 씨가 0.12%(7만 주) 등으로 0.5%(30만 주)까지 지분을 확대했다. 여기에 투입된 자금은 43억 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 역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지분을 늘려왔다. 당시 지분이 13.36%에 불과했지만 현물출자, 장내 매수 등으로 지난 해 7월 33.68%까지 지분을 키웠다. 이후 지난해 5월부터는 세 아들을 통해 지분을 늘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안정적인 지배구도를 만든 후 아들들의 후계 구도를 그리기 위해 지분율을 늘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미있는 지분율 변화는 아직 없는 상태다.

때문에 단순 저가 매수로 보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주가가 역대 최저 수준인 만큼 지분 매수에 자금부담이 적고 주가 방어 효과까지 볼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통상 대주주 일가의 자사주 매입은 호재로 반응하지만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은 뚜렷한 반등의 조짐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증권가 역시 목표주가를 내리는 등 기대감을 줄이고 있다.

백제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유상증자 결정은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어 목표주가를 29% 하향 조정한다”면서 “결국 기존 실적을 뛰어넘는 아시아나항공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거나, 최소한 실적 개선에 확신을 줄 수 있는 계획 발표 전까지는 투자 모멘텀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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