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도주극’ 카를로스 곤, 첫 기자회견...결백 주장, 도주 경로는 ‘묵묵부답’

입력 2020-01-09 08:55수정 2020-01-0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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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회장이 8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루트/EPA연합뉴스
‘희대의 도주극’을 벌인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회장이 도주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와 입을 열었다.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부인하고 일본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 발언을 되풀이했으나 세계의 관심이 주목됐던 도주 경로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2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을 가졌다. 보석으로 풀려나 일본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중 레바논으로 도주한 이후 첫 공식 석상 등장이며 2018년 11월 체포된 이후 가진 첫 공식 기자회견이다.

곤 전 회장은 과장된 제스처를 써가면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보수 축소 신고, 자금 유용 등 자신의 혐의 관련한 서류를 스크린에 띄워 놓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WSJ는 기자회견장이 넓어 서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곤 전 회장은 추후 해당 서류를 기자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WSJ는 덧붙였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은 결백하다면서 모든 게 일본 검찰과 닛산 경영진이 획책한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앞서 미국 폭스비즈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체포를 쿠데타라 부르며 이를 증명할 서류를 갖고 있고 기자회견에서 배후자들의 실명을 공개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니시 히로히토 전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등 닛산의 전 간부 등 6명의 이름을 언급했다. 폭스 인터뷰에서 배후에 일본 정부 관계자도 관련돼 있다고 했으나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반면, 가장 큰 관심사이면서도 의문투성이인 일본 도주 경로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모든 도주 계획은 자신이 혼자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WSJ는 몇 개월에 걸친 도주 계획이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사법 체계를 불신해 도주를 결심했다는 말만 강조했다. 곤 전 회장은 “일본에서 재판을 받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는 걸 깨달았을 때 도주를 결심했다”면서 “일본에서 재판을 받으며 자신을 변호하는 대신 일본을 도주하는 길을 택했다”고 강변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매일 했다”면서 “그것은 나에게 죽음과 마찬가지다. 보석으로 풀려난 후에도 볼 수 있는 사람이 엄격히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사법당국은 그의 기자회견에 대해 “곤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지 못했다”면서 “그가 저지른 범죄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일본 사법 체계를 걸고 넘어진 것”이라고 폄하했다.

닛산 대변인도 “우리는 이미 (반론) 성명을 냈다”고 말했다. 일부 고위 관계자는 “곤 전 회장의 주장은 물타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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