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여론악화에 백인우월주의 비판했지만…美 CEO들 대통령 자문단 줄사퇴

입력 2017-08-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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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백인 우월주의 시위 사태와 관련해 애매한 말을 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인종차별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여름휴가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으로 일시 복귀해 지난 주말 발생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백인 우월주의 폭력 시위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인종차별은 악”이라면서 “증오와 편견은 미국에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클럭스클랜(KKK)와 네오나치, 백인 우월주의자와 다른 증오집단(hate groups)들을 직접 언급하고 “편협의 이름으로 폭력을 저지른 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인종 차별주의와 반대 세력을 싸잡아 비난했던 이틀 전의 애매한 태도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편(many sides)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해 사태의 책임자로 백인 우월주의자뿐만이 아니라 이에 반대하는 세력까지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공분을 샀다. KKK 등 백인 우월주의 단체는 트럼프의 주요 지지세력 중 하나다.

지난 주말 샬러츠빌에서는 최대 6000명의 백인의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극우단체들이 모여 과격 시위를 벌였다. 이들에 맞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캠페인 단체 등이 맞불시위를 벌이면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백인 우월주의 반대 진영에 있던 여성 1명이 네오나치즘 신봉자의 차에 치여 사망하는 등 총 3명이 사망했고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트럼프의 애매모호한 발언에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직간접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트럼프의 태도에 반발해 제약회사 머크사의 케네스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대통령 자문 직을 사퇴했다. 프레이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트럼프는 즉각 트위터에 프레이저 CEO의 자문직 사퇴에 대해 “약값 내릴 연구를 할 시간이 많겠다”며 조롱하는 글을 남겨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이날 여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등 떠밀려 인종차별 비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인종차별을 용납할 수도 있다는 태도에 머크를 시작으로 미국 재계에서는 반발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스포츠용품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CEO도 “세계에는 인종 차별이 존재할 자리가 없다”면서 대통령 자문 직에서 사퇴할 것임을 밝혔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도 뒤이어 자문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밖에 펩시코의 인도 출신 CEO 인드라 누이와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도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언급을 내놨다.

미국 산업계가 트럼프 행정부와 거리두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산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정책 등 친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구 온난화 정책의 국제적 틀인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한 계기로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월트디즈니의 밥 아이거 CEO가 자문단에서 사임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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