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규제에 인건비 부담까지”… 유통업계, 정규직 전환 ‘속앓이’

입력 2017-06-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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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보조 맞추고 있지만 결국 가격인상ㆍ신규채용 감소 불가 피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유통업계가 앞다퉈 정규직 전환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속내는 편치 않다. 사업 환경도 어려운 마당에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것은 물론 신규채용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 결국에는 가격 인상이나 프로모션 감소 등으로 이어져 소비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도 있다.

유통업계는 일단 문재인 대통령의 정규직화 정책에 보조를 맞추며 속속 화답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유통계열사 5000명을 비롯한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 명을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계열사별로 고용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일부 외부 용역업체를 본사로 흡수하거나 무기계약직 등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2015년에는 1만4000명, 지난해 1만5000명을 채용한 신세계그룹은 올해 채용 목표를 1만5000명 이상으로 잡았다. 그룹 내 계열사인 이마트위드미는 우수 가맹경영주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2500명가량을 채용한 현대백화점그룹도 올해에는 이보다 소폭 늘어난 26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으로 비롯될 각종 부작용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내수 부진으로 영업실적이 갈수록 악화하는 데다 출점·영업시간 등의 규제 강화로 사업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은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의 각종 규제가 유통업종에 온전히 반영될 경우 현재 추정치보다 영업이익이 백화점은 약 12%, 대형마트 약 2%, 복합쇼핑몰 1.5%, 편의점 5% 하락할 것으로 분석된다.

비정규직 2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마트의 경우 1000억 원 규모의 추가 비용 부담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경우 직매입·직접배송을 위해 배송기사인 ‘쿠팡맨’의 정규직 전환에 나섰다가 수천억 원대의 적자에 허덕이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계획했던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일부 직원들이 국민인수위원회에 부당 계약해지를 풀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 특성상 자체 비정규직보다 브랜드사나 하청업체에서 파견 나온 간접고용 형태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다”며 “각 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다 보면 인건비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돼 신규 채용을 줄여야 하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종 규제와 인건비 증가가 현실화되면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프로모션 등을 줄이는 등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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