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업은 코스피 선전했지만 엔터·화장품 등 중소형주 포진한 코스닥 곤두박질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주한미군 배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얼어붙은 한·중 관계의 돌파구가 한 걸음 더 멀어지면서 우리 증시의 중국 관련 우려도 사그러들지 못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한·미 공동 실무단이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한 지난해 7월 8일 이후 11.3% 하락했다. 당시 700선을 넘나들던 코스닥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등 경제적 보복 조치로 그해 연말 570선까지 추락했다. 현재 지수는 600선을 회복하긴 했지만 610선 안팎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6.4% 상승했다. 오랜 기간 박스권을 맴돌던 코스피는 최근 21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차이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구성 기업의 업종과 규모 차이에 기인한다. 그간 코스피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선전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코스닥에는 사드 보복의 직격타를 맞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와 화장품 등 중국 소비 관련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투자심리에 민감한 중소형주 위주인 점도 약점이다.
당초 중국의 보복조치는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은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제재를 더해가고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가 구체화되는 단계마다 보다 강도 높은 보복조치로 대응하는 식이다.
중국 외교당국은 사드 배치 발표 이후 31분 만에 반대 입장을 담은 공식 성명을 발표했으며, 한·중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공식 항의했다. 이어 지난해 8월 중국 광전총국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한국 상업용 복수비자 발급조건을 강화했다. 이밖에도 방한 중국인 관광객을 20% 감축하고 전세기 운항을 불허하는 등 직접적인 경제제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금융, 안보 등 전 분야에 걸친 고강도 제재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 계획을 착착 진행시키는 모습이다. 한국의 조기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대선 전에 사드를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반발은 여전히 강경하다.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만나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사드를 배치할 경우 중국이 경제적 보복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는 이유다.
김예은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 관련주들은 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 정부의 조치가 나올 때마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추가 보복 조치가 점차 강해지고 전방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종목에 대한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 자체는 중장기적으로 주가 제자리 찾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서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나 대선을 앞두고 성장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 정책 변화 등 긍정적 요인 때문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미 개인은 저점매수에 나선지 오래”라며 “2017년 중 최악의 국면에서 탈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관 역시 중소형주 시장 저점 반등의 추동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새롭게 모멘텀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내수형 업종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중국과의 무역 마찰과 같은 대외 변수 속에서 음식료, 게임, 건설 등 내수형 업종들의 수익률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당분간 시장에서는 실적 가시성이 높고 안정적 성장이 가능한 업종·종목을 찾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