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람 금융시장부 기자
심각한 부실 산업군인 조선·해운업이 무너질 경우 국내 해당 산업이 편중된 지역경제의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입을 손실이 크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금융권 통틀어 수십조원의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지원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 이를 관리해야 하는 정책금융은행의 안일한 태도는 매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취재 중 만난 금융권 각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지난 수년간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막대한 규모의 국민세금을 써왔지만, 각종 비리와 부실기업에 대한 미흡한 관리는 변한 게 없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는 분명하다.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2년간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홍기택 전 회장은 자리를 떠났지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리스크 담당 부총재로 취임했다. 책임은 둘째고 영전이라고 보는 게 맞다.
사상 최대의 사기기업 모뉴엘을 경쟁력 높은 중견기업으로 정했던 수출입은행의 수장들도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두 은행의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하며 양 기관을 합쳐 가장 먼저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즘 구조조정과 관련된 소식에 시민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무능한 정부가 또 동의하지도 않고 내 세금을 쓰려 한다”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들이 복잡한 구조조정의 메커니즘을 몰라서 그랬을까. 기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미 진행돼 온 정부 구조조정에 대한 불신의 골이 커졌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진행함에 있어 이러한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실패에 대한 인정과 사과, 책임자 필벌이 우선돼야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