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기형인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지카(Zika) 바이러스’가 중남미를 넘어 미국 본토에도 상륙한 것으로 밝혀져 미국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뉴욕 시 당국은 22일(현지시간) 시민 세 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기가 매개인 이 바이러스가 발생한 외국 지역을 여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건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다만 이들이 여행한 나라가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소두증 공포의 진원지는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대륙이다. 브라질 보건부는 열이 나는 질환을 유발하는 ‘이집트 숲 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를 소두증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소두증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선천성 기형으로, 신생아의 두뇌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채 작은 뇌와 머리를 갖고 태어나는 뇌 손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이 직접적으로 관련됐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양성 반응을 보인 세 명 중 한 명은 완전히 회복했고, 두 명은 상태가 호전 중이다. 앞서 지난 15일 하와이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소두증을 가진 신생아가 태어난 바 있으며 지난 20일에도 플로리다에서 3명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됐다. 이들 모두 남미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지난주 지카 바이러스가 퍼진 브라질 등 중남미 14개 국가로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데 이어, 이날 남미·카리브해 등지의 8곳을 여행 자제 대상 국가·지역으로 추가했다. 하워드 주커 뉴욕 주 보건위원은 “특히 임신한 여성은 바이러스 감염 국가를 여행하기 전 예방 조처를 할 것을 권한다”면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 소매 옷과 바지를 입고 해충을 쫓는 약을 살포하는 방법 등을 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아시아 지역에서도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최근 대만에서는 태국에서 3개월 체류 뒤 입국한 20대 태국 남성이 지카 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여 비상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