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도시의 두 얼굴

입력 2015-11-0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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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재 양천비전포럼 대표, 도시공학박사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인가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어떤 이는 잘 보존된 유럽의 중세도시를, 다른 이는 맨해튼의 마천루를 연상할 것이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전원도시나 초고층 빌딩에 대한 선호도가 갈리기도 한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 건축 형태는 단독주택에서 연립주택으로, 또 저층아파트에서 고층아파트로 변화됐다. 도시개발은 신도시의 팽창에서 기존 도심의 재개발로 이동됐고, 도시재개발은 전면적 뉴타운 방식에서 도시재생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도시재생 방식은 전면적 개발 방식의 부작용, 즉 토착민 재정착률 부족, 집값 상승, 자원낭비 등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도시재생 방식이 성공한 사례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도시재생 방식은 결국 사업성의 벽을 넘어야 한다. 쉽게 얘기해서 돈이 돼야 사업자가 달려들 텐데, 수익성 보장이 안 되니 이상적인 도시의 재구성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공공적 관점에서만 보면, 기존 저층 주택을 리모델링하고, 좁은 골목을 넓히고, 공용주차장을 만들고, 공원과 학교용지 등을 확보하면 주거환경은 매우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 돈을 그냥 내줄 곳은 없다. 도시개발은 사업성과 공공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타운 사업들이 줄줄이 무산되면서 전면적 도시재개발 방식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매우 높아졌지만, 뉴타운 사업은 노후화된 도시의 주거환경을 정비할 수 있는 적합한 개발방식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아마도 1~2개로 시작했던 뉴타운 사업이 성공 사례를 만들기도 전에 정치권의 개입으로 20여개로 확대된 것이 문제였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도시재생 방식과 뉴타운 방식은 절대선과 절대악의 대립물이 아니다. 도시의 주택 노후도와 인프라 수준에 따라 적재적소에 적용되어야 한다. 도시는 사업성에만 끌려가면 획일적 흑색도시, 똑같은 성형미인이 될 게 뻔하다. 반대로 공공성만 주장하면 도시는 자본을 못 끌어들여 정체되며 늙어 갈 것이다.

따라서 사업성과 공익성을 절묘하게 조정하면서 다양한 도시개발 패턴을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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