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원 대 조세포탈과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현(55) CJ그룹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10일 오전 10시 15분 내려질 예정이다.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1년이 감형됐다. 징역 3년 이하의 선고형부터는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만일 대법원에서 2심 재판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돌려보낸다면 이 회장이 풀려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는 물론 재계의 관심이 대법원에 쏠리고 있는 이유다.
■ '일본 법인 연대보증' 배임액수 핵심 쟁점 될 듯
복수의 법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회장 사건은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심리를 진행하다가 주심 대법관인 김창석 대법관을 제외한 2명의 대법관이 다른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불일치를 이유로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로 사건이 넘어갔다가 쟁점이 정리돼 다시 소부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 의견 불일치가 이 회장의 배임 혐의에 관계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2007년 일본 도쿄의 팬재팬(Pan Japan) 빌딩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CJ그룹 일본 법인이 4700만엔(약 323억 6526억원)의 연대보증을 서도록 했는데, 검찰은 이 행위가 배임이라고 판단했다.
과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도 2심에서 인정한 범죄액수가 1797억여원에 달했지만, 대법원에서 "400억여원의 배임액을 다시 산정하라"고 판결이 나면서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
■ '비자금 조성' 자체로 처벌 가능? …1,2심 결론 엇갈려
이 회장의 횡령 혐의는 1심과 2심의 결론이 엇갈린 부분이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회장의 횡령 혐의는 △㈜CJ의 자금으로 비자금 600억여원을 조성했고 △CJ차이나와 CJI의 법인자금 합계 115억여원을 빼돌렸다는 두 부분으로 요약된다. 검찰은 115억여원 부분에 대해서는 용처를 생활비와 부동산 구입 경비 등으로 썼다고 판단해 공소사실에 기재했다. 그러나 법인자금 600억원 부분에 대해서는 용처를 밝히지 못했다.
구체적인 용도를 밝히지 못했어도 비자금을 조성한 그 자체로 횡령죄 처벌이 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1,2심의 결론이 갈렸다. 1심 재판부는 600억여원 전액에 대해 횡령죄를 인정했다. 이 회장이 구체적으로 돈을 어디다 썼는 지는 모르지만, 조성한 자금을 개인자금과 섞어 보관을 한 점 등을 미뤄볼 때 이미 돈을 빼돌리려는 '영득의사'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 자체를 횡령으로 볼 수는 없고, 검찰이 개인적인 용도로 돈이 사용됐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 점을 들어 600억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때문에 이 회장은 1심보다 1년이 감형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만일 대법원이 2심 결론을 바꿔 이 회장이 개인적인 용도로 자금을 사용한 정황이 있다고 보거나, 용도에 관계없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 자체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결한다면 이 회장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
■ '조세피난처' 활용 역외탈세 등 260억… 큰 쟁점 안될 듯
당초 이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조세포탈 혐의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이 회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조세포탈 혐의 금액은 259억9200여만원이다. 조세포탈 부분은 크게 △국내 차명주식 보유로 인한 탈세 △해외 특수목적 법인 설립 수법 탈세 △CJ비자금 조성 탈세 등으로 요약된다.
이 중 '페이퍼 컴퍼니'로 불리는 특수목적 법인 설립으로 40억여원의 조세를 회피했다는 혐의 부분은 처벌이 가능한 지에 관해 논란이 있었다. 때마침 이 회장에 대한 상고심 사건 주심이 법원 내 조세 전문가인 김창석 대법관으로 정해지면서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역외탈세에 관한 처벌 기준이 대법원 판례로 남는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대법원이 의미있는 선례를 남길 때 대법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놓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쟁점은 크게 의미있게 다뤄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