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 제외한 업체 손익분기점 간신히 맞추거나 적자에 허덕여
애플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8대 스마트폰업체가 지난 1분기에 올린 전체 영업이익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92%에 이른다고 시장조사업체 캐너코드제뉴이티 조사를 인용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의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5%에서 높아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수위를 다투지만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미미했다. 2012년에는 삼성과 애플이 전체 이익을 절반씩 나눴지만 이제는 애플이 삼성을 압도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두 회사만 합쳐도 100%가 넘는다는 점에서 승자독식 현상은 1년 전보다 더욱 심해졌다는 평가다. 애플과 삼성 이외의 업체는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맞추거나 적자에 허덕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WSJ는 풀이했다.
지난주 애플의 발표는 이같은 양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주 애플은 차기 아이폰 신제품의 첫 출하 물량을 8500만~9000만대로 잡았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대화면의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의 첫 출하 물량은 7000만~8000만대였다.
애플과 달리, 지난주 삼성은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대만 스마트폰업체 HTC는 분기 손실을 기록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 인수 후 계속 고전 중이다. 스마트폰 사업 부문 가치를 80%나 상각 처리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대수에서 애플의 비중이 20%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익을 독식하고 있는 현상은 더욱 놀랍다. 이런 불균형은 그만큼 애플이 아이폰에 대해 가격을 높게 매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거듭 확인시켜준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애플의 경쟁사들은 대부분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기 때문에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가격을 낮춰 승부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과 HTC가 최근 수년간 전략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도 이런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닐 모스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집행이사는 “많은 안드로이드 기기 공급업체가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 샤오미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지배하고 있는 애플 사이에 끼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에는 약 1000개의 스마트폰 브랜드가 있는데 여기에는 중국 브랜드 수백 곳도 포함돼 있다”며 “중간층에 계속 잡혀 있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삼성 역시 모든 가격대의 스마트폰을 만들어 성공했으나 브랜드 포화 상태에 고전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이번 캐너코드 통계에는 샤오미나 인도 마이크로맥스인포매틱스 같은 비상장 기업은 제외됐으나 이를 포함하더라도 큰 그림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