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산은 등 5곳, 서울 소재지 법률로 규정…국회 문턱
1차 이전기관 퇴사율 2.66%→3.11%…전문인력 유출 우려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이 확정되면서 금융감독원과 국책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의 추가 지방이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법률 개정과 전문인력 이탈, 노사 갈등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금융감독과 기업금융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관은 업무 특성을 고려한 이전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4분기 중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발표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금융위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2027년 하반기 세종 이전을 결정했다. 금감원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의 이전 여부는 별도 검토 대상으로 남아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법률 개정이다. 한국산업은행법과 중소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은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한다. 금융위원회 설치법과 예금자보호법에도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명시돼 있다. 이들 기관의 이전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3년 5월 3일 국토교통부가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했지만,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산업은행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실제 이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법적 제약뿐 아니라 업무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검사와 회계감리, 불공정거래 조사를 담당한다. 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과 첨단산업 투자,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지원, 수출입은행은 수출금융과 해외 프로젝트금융을 수행한다.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금융시장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이전이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인력 이탈 가능성도 변수다. 금감원 노조가 8월 직원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5.6%가 지방이전 확정 시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만 40세 미만은 92.5%, 회계사와 변호사는 각각 90.6%, 94.2%였다. 예보 노조 조사에서도 지방이전 시 계속 근무할 의향은 근속 5년 미만 직원 12%, 5급 실무직 9.5%에 그쳤다. 다만 실제 퇴사가 아닌 의향 조사다.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이후 퇴사율도 높아졌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전기관 97곳을 분석한 결과 평균 퇴사율은 이전 전 2.66%에서 이전 후 3.11%로 0.45%포인트 상승했다.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윤석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14일 성명에서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정작 금융산업의 특수성과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은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라며 "금융기관 지방 이전까지 밀어붙인다면 금융노조는 10만 노동자의 힘으로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전 여부뿐 아니라 가족의 직장과 자녀 교육 문제 등 현실적인 걱정이 크다"며 "전문인력이 빠져나가면 업무를 이어갈 사람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충분한 준비와 인력 유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