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아도 연임은 별개⋯5대 은행장, 연말 인선 ‘각기 다른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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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회장 교체·당국 승계절차 점검에 연말 인선 변수
신한 정상혁은 세 번째 임기⋯국민·하나·우리·농협 첫 시험대
성과·쇄신 사이 각기 다른 셈법⋯“인선 결정 자체가 큰 부담”

올해 연말 일제히 임기가 끝나는 5대 은행장의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KB금융지주가 최대 실적의 양종희 회장 대신 이재근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택한 사례는 연임이 실적만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보여줬다. 금융당국의 승계절차 점검까지 맞물리면서 이번 인선은 금융권이 연속성과 쇄신 중 어디에 무게를 둘지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의 임기는 모두 12월 31일 만료된다. 정상혁 행장은 2023년 2월 취임 후 한 차례 연임해 세 번째 임기를 앞두고 있다. 나머지 4명은 2025년 1월 취임해 첫 2년 임기를 마친다.

2024년 말 인선에서는 5대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만 현직 행장을 재선임했다. 당시 신한금융은 정상혁 행장의 경영 성과와 건전성 관리, 내부통제 강화를 연임 배경으로 제시했다. 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은 수장을 바꿨다. 다만 국민은행의 이재근 전 행장은 3년간 은행장을 지낸 뒤 지주로 이동한 만큼, 교체를 경영 실패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은행별 연임 흐름도 엇갈린다. 국민은행의 허인·이재근 전 행장과 진옥동 현 신한금융 회장은 은행장 시절 연임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2015년 통합 출범 후 함영주 현 하나금융 회장 외에는 연임 사례가 없고, 농협은행도 이대훈 전 행장의 연임이 예외적 사례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지주 회장 교체가 최대 변수다. 이환주 행장은 임베디드 금융과 시니어 사업 확대 등을 추진해 왔고 국민은행에도 연임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재근 차기 회장 후보가 11월 취임하면 연말 CEO 인사는 새 회장 체제의 첫 계열사 인사가 된다. 조직 쇄신에 무게를 둘지에 따라 이 행장의 거취도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상반기 2조4585억원의 순이익으로 5대 은행 중 선두를 기록해 연임 명분이 뚜렷하다. 다만 세 번째 임기인 만큼 장기 재임의 필요성과 차기 후보군 검증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가 관건이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상반기 최대 실적을 냈지만, 연임하면 함영주 회장 이후 첫 재선임 행장이 된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따른 경영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1.9% 감소한 점은 부담이다. 내부통제 신뢰 회복과 수익성 반등이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인공지능 전환과 기업금융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연임 사례가 드문 데다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 임기도 내년 2월 끝나 지주 인선과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점검도 변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후보군 선정과 검증·평가·기록 전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승계 절차 점검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당국이 특정 은행장의 연임이나 교체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이라기보다 금융지주가 후보군 관리부터 압축·검증, 최종 평가까지의 과정을 기준과 기록으로 입증하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실적이 뒷받침되더라도 승계 절차의 공정성과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인선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부터 논의해 온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도 구체적 내용과 발표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의결 요건이나 주주총회 문턱을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연말 인선이 제도 확정에 앞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금융지주로선 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금융지주는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현직 CEO라고 해도 연임을 당연하게 보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인선 결정 자체가 이전보다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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