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지연에 관망세 지속

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했지만 기업공개(IPO) 시장의 투자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증시 강세에도 투자자 자금이 일부 대형주로 쏠리면서 새내기주 상당수가 공모가를 밑도는 등 공모주 시장의 냉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올해 신규 상장 기업은 스팩 제외 15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37개 기업이 증시에 입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장 건수가 크게 줄었다.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케이뱅크 1곳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 상장 기업이 4곳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IPO 시장의 위축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도 스팩을 제외하면 14곳에 그쳤다. 전년 동기간 동안 33곳이 상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스팩상장을 합치면 94건에서 21건으로 4분의 1토막 났다.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가는 이전상장 사례도 나오지 않고 있다. 통상 코스닥에서 체급을 키운 기업들이 기관투자자 저변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 등을 위해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대기 흐름이 짙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 후 주가 흐름도 부진하다. 올해 신규 상장한 15곳 가운데 최근 종가 기준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은 9곳으로 집계됐다. 피스피스스튜디오, 한패스, 에스팀, 인벤테라, 채비, 폴레드, 케이뱅크, 메쥬 등이 공모가를 하회했다. 상장 첫날 급등했던 일부 종목도 이후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하면서 공모주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IPO 시장이 부진한 배경으로는 중복상장 이슈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당초 이달 초 중복상장 규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업계 조율이 길어지면서 발표 시점이 늦어졌다. 의견수렴과 시장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의결 절차 등을 고려하면 실제 시행 시기는 다음 달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IPO 일정을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회사 상장에 따른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논란과 기존 투자자 회수 문제, 일반주주 보호 장치 등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져서다. 일부 기업은 상장 일정을 늦추거나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되사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상태다.
중복상장 예외 기준을 둘러싼 논의도 IPO 시장의 관망세를 키웠다. 금융당국은 영업·경영 독립성과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기준으로 예외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한 뒤 주주총회에서 자회사 상장 안건을 의결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강화된 상장 심사 기조와 공모주 수익률 부진도 IPO 시장 위축 요인으로 본다. 과거에는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 공모주 시장도 함께 활기를 띠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투자자 관심이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신규 상장주 전반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이다.
IPO 시장의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6월 IPO 예상 기업 수는 5~6개 수준으로 과거 동월 평균인 11개 기업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을 예상한다”며 “예상 공모금액도 1500억~2000억원대로 역대 동월 평균 공모금액 2872억원을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