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18일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 매파적이었던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외국인이 1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동반 급등하면서 코스피는 장중에 이어 종가 기준으로도 9000선에 안착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20.68포인트(0.23%) 오른 8884.92로 출발한 뒤 장 초반 8975.52까지 오르며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낮 12시52분 9000.68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장중 9000선을 넘어섰고, 장 후반에도 상승폭을 키워 9060선에서 마감했다.
코스피가 90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15일 8000선을 돌파한 지 34일, 거래일 기준 22거래일 만이다. 지난해 10월 4000선을 넘어선 코스피는 올해 1월 5000선, 2월 6000선, 지난달 7000선과 8000선을 차례로 돌파한 데 이어 이날 9000선까지 올라섰다.
수급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2826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3806억원, 7775억원 순매도했다. 장중 개인과 기관이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마감 기준으로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코스피 9000선 돌파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 대형주였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기대와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대가 맞물리면서 반도체주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의 유가증권시장 내 비중이 커진 만큼 반도체 강세가 지수 레벨을 직접 끌어올린 셈이다.
삼성전자는 4.62% 오른 36만2500원, SK하이닉스는 6.51% 상승한 268만50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사상 처음으로 270만원선을 돌파하며 코스피 9000선 돌파를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한때 273만8000원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삼성전자도 0.43% 내린 34만5000원으로 출발했지만 상승 전환한 뒤 장중 36만3000원까지 올랐다.
반도체주 강세에는 미국 반도체주 상승과 메모리 공급 부족 기대가 맞물렸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는 하락했지만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38% 올랐고, 시간외 거래에서 마이크론도 3% 넘게 상승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와 스토리지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공급 부족 장기화 기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수급도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전기·전자 업종에서 1조2924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8748억원, SK하이닉스를 840억원 순매수했다. 장 마감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1922조8710억원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90.73%까지 올라섰다.
대외 변수는 부담으로 남았다. 간밤 뉴욕증시는 매파적 FOMC 결과에 3대 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9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1%, 나스닥지수는 1.34% 내렸다.
연준은 신임 케빈 워시 의장 체제에서 열린 첫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다만 점도표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 경로가 금리 인하에서 인상 쪽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하면서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약세가 나타났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7원 오른 1527.1원에 15시30분 종가를 기록했다. 환율은 11.6원 오른 1525.0원으로 출발해 1520원대에서 등락했다. 연준의 매파적 점도표가 달러 강세를 자극한 영향이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03포인트(3.01%) 내린 1000.93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000선을 밑돌기도 했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1000선을 간신히 지켰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3928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23억원, 265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에 성장주와 2차전지, 로봇주 중심으로 낙폭이 커졌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하락했다. 알테오젠은 0.94%, 에코프로비엠은 4.28%, 에코프로는 4.32% 내렸다. 레인보우로보틱스(-1.60%), 주성엔지니어링(-3.41%), 코오롱티슈진(-5.58%)도 약세였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매파적 FOMC 여파에도 대형주 중심의 상승 기조가 이어졌고, 외국인이 하루 만에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코스피 랠리가 지속됐다”며 “코스피는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9000선을 돌파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상승 종목 수가 110개 미만에 그쳐 주도주 쏠림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천피의 주인공은 반도체였다”며 “SK하이닉스는 7세대 HBM4E 12단 샘플 공급 발표로 차세대 AI 인프라 수혜가 부각되며 신고가를 이어갔고, 삼성전기 등 MLCC 관련주도 AI 서버용 공급 부족과 자율주행차 양산 수요 기대에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