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속 원유 다변화… 韓·日 '고비용 우방국' vs 中·印 '저가 제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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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 '중동산 원유 의존국의 위기 대응 전략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중동 사태로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주요 4개국의 위기 대응도 선명한 대조를 보인다. 중국과 인도는 실속을 챙겼다. 서방의 제재 위험을 감수하고 러시아·이란산 저가 원유를 적극 확보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우방국 중심의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했다. 제재 대상국을 배제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조달 비용 부담을 안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발간한 '중동산 원유 의존국의 위기 대응 전략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4개국 모두 큰 틀에서 원유 공급 안정과 물가 충격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대체 공급처 선정, 정유제품 수출 통제 여부 및 강도, 가격 안정화 수단 등 세부 대응 방식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중국은 약 14억 배럴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유(상업용 재고, 정부 보유 재고 포함)를 활용하고 국내 원유 생산량을 확대하는 한편, 러시아와 브라질 등으로 도입선을 다변화했다. 올해 3월 기준 중국의 대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으나 러시아산 수입은 14%, 브라질산 수입은 154% 급증했다. 또한 항공유, 경유, 등유의 해외 선적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수출 통제를 단행했다. 가격 면에서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정제유 가격 메커니즘에 따라 현행 가격 결정 방식에 근거한 인상액보다 실제 인상액을 절반 수준인 톤당 1160위안(휘발유), 1115위안(경유)으로 낮추는 임시 조정 조치를 시행하며 유가 상승을 강하게 통제했다.

인도 역시 실리적인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인도는 올해 3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을 전체의 50%까지 확대했으며, 중단했던 이란산 원유 수입을 7년 만에 재개하고 베네수엘라와의 거래도 활성화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파이프라인 경로를 활용해 사우디와 UAE산 물량을 확보했고, 국내 정유소를 대상으로 계획했던 정기 보수점검을 연기하고 일부 정유소는 가동률을 100% 이상으로 유지했다. 국내 공급 확보를 위해 경유와 항공유에 대해 리터당 21.5~33루피 규모의 수출 부담금을 도입해 통제하는 한편,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소비세를 리터당 10루피 인하하고 정부 재정을 활용한 정유사 손실 보전을 통해 소매 가격을 유지했다.

반면 일본은 우방국 중심으로 대응했다. 대중동 원유 의존도가 94%(2025년 기준)에 달했던 일본은 사태 이후 미국, 중앙아시아, 에콰도르 등으로 대체 조달처를 검토했다. 특히 5월 미국산 원유 조달량은 전년 1개월 치 대비 4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국가 비축분을 방출하고 민간 비축 의무 기준인 석유 기준 비축량을 기존의 70일분에서 55일분으로 완화하는 한편 정유사의 성상 조정 설비 투자를 지원했다. 가격 대응으로는 소매 가격을 리터당 170엔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초과분의 100%를 보조하고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휘발유 및 경유 잠정세율을 폐지하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가구당 3만 엔 규모의 정액 지원금을 지급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너지기구(IEA) 공동 비축유 방출에 동참해 2246만 배럴의 방출을 결정했고, 정유사 대상 비축유 스왑 제도를 시행했다. 외교적으로는 특사 파견을 통해 UAE, 카자흐스탄 등으로부터 원유와 나프타 물량을 추가 확보했으며, 비중동 지역 원유 수입에 대한 운임 초과분 전액 환급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2025년 69.1%였던 대중동 원유 도입 비중은 올해 3월 64.8%로 감소한 반면, 미국(17.0%→21.8%) 등의 비중은 늘었다. 또한 국내 석유화학 공급망 안정을 위해 나프타 수출을 원칙적으로 전면 제한했다. 가격 면에서는 최고가격제를 도입해 2주 단위로 가격 상한을 조정했고, 정유제품에 대한 유류세 인하율을 휘발유 15%, 경유 25%로 확대 적용했으며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을 개시했다.

KIEP는 국가 간 대응 방식의 차이가 향후 산업 경쟁력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인도와 달리 한국은 저가 원유 활용에 제약이 있어 조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KIEP는 "주요국의 도입선 다변화 기조가 지속할 수 있는 만큼 당장의 물량 확보뿐 아니라 장기 수입 계약 추진, 인프라 협력 강화, 정유제품 수출 확대 등 중동 외 산유국과의 에너지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중국, 인도와 달리 러시아, 이란 등 서방 제재 대상국의 저가 원유 활용에 제약이 있어 원유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미-이란 전쟁 장기화 시 관련 산업의 원가 부담 확대와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급망 안정성 강화와 함께 일본이 시행 중인 민간 비축유 의무 기준 완화나 정제 설비 투자 확대 지원 등의 추진 검토를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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