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위험분담 지시 후속…정책금융 건전성 부담은 과제

이재명 대통령이 중소형 조선사의 선수금환급보증(RG) 문제와 관련해 정부 재정으로 위험을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관계부처 논의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그간 중소 조선사들은 국책기관의 RG 발급 한도 부족으로 수주 계약 확정에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이번 협의체에서 한도 확대 방안이 본격 논의될지 주목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달 산업통상부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국책기관은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해당 협의체에서는 국책기관의 RG 발급 한도 확대와 기관별 역할 분담 문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13일 울산에서 열린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서 중소형 조선사가 RG 문제로 수주에 차질을 겪고 있다는 건의를 받고 정부 재정으로 위험을 분담하는 방안을 연구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당시 간담회에서 유상철 HJ중공업 대표는 중소 조선사들이 RG 부족으로 선박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유 대표는 “중국 조선소들과 경쟁하는 중소 조선소들은 신규 RG를 받지 못해 대형 수주를 눈앞에서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RG 한도 지원을 건의했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인도하지 못할 경우 선주가 미리 낸 선수금을 금융기관이 대신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보증 상품이다. RG 발급이 지연되거나 한도가 부족하면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도 계약을 확정하기 어렵다.
은행권의 RG는 조선사의 신용등급과 재무건전성 등을 바탕으로 전체 발급 한도가 제한된다. 과거 중소형 조선사 부실 이후 시중은행들이 RG 발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중소 조선사 RG는 산은·수은 등 국책은행과 정부 예산 기반 특례 보증을 운용하는 무역보험공사에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중소 조선사들은 과거 구조조정 이력과 낮은 재무안정성으로 RG 발급에 제약을 받아왔지만, 최근 조선업황 회복과 실적 개선으로 수주 여력이 커지면서 기존 한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다음 달 협의체에서 국책기관의 기업별·업종별 RG 발급 한도 조정과 기관별 위험분담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사의 수주 여력이 커져도 국책기관의 보증 공급 한도가 소진되면 RG 발급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관계부처와 조선업계 간 논의에도 뚜렷한 진전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의 문제 제기 이후 열리는 협의체인 만큼 보다 구체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소 조선사 RG 지원 필요성은 국책은행 발급 현황에서도 확인된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9월말까지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발급한 조선사 RG 총 52조6609억 원 가운데 대형 조선사 발급액은 47조6430억 원으로 90.5%를 차지했다. 반면 중소 조선사 발급액은 5조179억 원으로 10% 미만에 그쳤다.
국책기관의 RG 한도가 확대될 경우 중소 조선사의 수주 여력은 커질 수 있다. 다만 RG는 여신 익스포저로 잡히는 만큼 한도를 늘리려면 기관별 위험분담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 RG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특정 기관이 단독으로 한도를 늘리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며 “국책기관 간 역할 분담과 위험분산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