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논란에 대출·신용평가 넘어 추심 관행까지 점검 가능성
“금융기관은 준공공기관” 기조에 금융권 수익성 등 부담 우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금융 양극화 문제 제기가 민간 배드뱅크 장기연체채권 논란으로 번지면서 금융권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중·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고금리 시장으로 내몰리는 구조에 대한 지적이 대출·신용평가 관행을 넘어 장기연체채권 관리와 추심 관행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포용금융 확대가 건전성과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의 장기연체채권 문제를 “원시적 약탈 금융”이라고 비판한 뒤 상록수에 출자한 은행·카드사 등 주요 금융사들이 새도약기금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상록수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금융권이 만든 민간 배드뱅크로, 현재 7000억 원 안팎의 카드대란 관련 장기연체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은 김 실장이 최근 제기한 ‘금리 단층’ 문제의식과 맞물려 금융권 압박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실장은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왜 여유 있는 사람은 낮은 금리를 누리고,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는가”라며 중·저신용자가 겪는 금리 단층 문제를 제기했다. 고신용자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반면 중·저신용자는 제도권 금융에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한 채 고금리 시장으로 밀려나는 구조를 지적한 것이다.
김 실장은 이어 5일에는 “은행은 완전한 민간 기업이 아니다”라며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도 강조했다. 면허 산업인 금융업이 예금자 보호와 공적 안전망 위에서 영업하는 만큼 단순 수익성 논리만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다음 날인 6일 이 대통령 발언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김 실장의 글을 언급하며 “금융기관은 준공공기관이라는 지적이 핵심을 잘 짚었다”고 말했다. 이어 포용금융은 금융기관의 의무 중 하나라며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관행으로 서민들이 제2금융권과 대부업 시장으로 밀려나는 구조를 지적했다.
금융권이 주목하는 대목은 개별 채권 정리 자체보다 대통령실의 문제의식이 실제 금융권 관행 점검으로 옮겨붙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중금리대출 확대와 대안신용평가 체계 개선 논의로 받아들여졌지만, 상록수 문제가 부각되면서 장기연체채권 매각과 추심 관리, 민간 특수목적법인(SPC) 운영 방식까지 점검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정책 취지와 별개로 부담도 적지 않다고 본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는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와 연체율 관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RWA 증가는 자본비율 관리 부담을 키우는 요인인 만큼 포용금융 확대가 수익성 저하와 주주환원 여력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록수 보유 채권 정리 역시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민간 SPC 구조상 개별 금융사가 단독으로 처분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어서 실제 집행 과정에서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 발언 이후 주요 금융사들이 매각에 반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도약기금이나 포용금융 확대 자체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최근 메시지는 금융권 전반에 과거 관행까지 다시 들여다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신용평가와 금리 산정, 채권 매각·추심 관리까지 어느 영역이 다음 점검 대상이 될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