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동문 변호사가 수임한 항소심 사건을 변호사 측에 유리하게 선고해 주는 대가로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현직 부장판사가 불구속 기소됐다. 뇌물을 공여한 변호사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2부(김수환 부장검사)는 6일 A 부장판사와 그의 고교 동문 변호사 B 씨를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A 부장판사는 자신이 재판장으로 있는 항소심에서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의 형량을 감경해주는 대가로 약 33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전주지법 형사 항소심 재판장으로 재직했던 A 부장판사는 B 씨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이 수임한 항소심 사건 21건 중 17건(약 80%)에 대해 1심과 달리 법무법인 측에 유리하게 형량을 감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 부장판사가 B 씨로부터 상가를 무상으로 제공받기 시작한 2024년 3월 이후 선고된 6건은 모두 원심이 파기됐다. 감형된 사건에는 음주운전과 마약,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 보이스피싱 등 민생과 직결된 범죄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과거 음주운전 전과가 있고 별건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 재차 음주운전을 한 피고인의 경우 1심의 징역 5월 실형이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됐고, 약 2000억원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피고인은 양형 사실관계 변경이 없었음에도 1심의 징역 3년 실형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바뀌었다.

A 부장판사는 재판상 편의 제공의 대가로 △배우자의 바이올린 교습 등을 위해 B 씨가 법인 명의로 소유한 상가를 약 1년간 무상 제공받아 차임 상당 14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고 △교습을 위한 방음시설 등 공사비 1500만원을 B 씨로부터 대납받았으며 △현금 300만원이 든 견과류 선물 상자를 건네받는 등 합계 약 33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수처 조사 결과, 두 사람은 A 부장판사가 전주지법에 부임한 2023년 2월 이후 고발 전까지 약 2년간 개인 휴대전화로 19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변론종결일이나 판결 선고일 등 재판 주요 시점, B 씨가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를 입금받은 시점에 연락이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B 씨는 A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취득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역 교도소 수용자들 사이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있었고, 의뢰인들은 이를 듣고 B 씨를 선임하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수임료를 약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의뢰인으로부터 석방 조건 성공보수 수천만원을 미리 받은 직후 A 부장판사와 통화했고, 이후 A 부장판사가 해당 의뢰인에 대해 직권보석을 허가한 사례도 확인됐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판결 선고 하루 전 억 단위 성공보수 조건이 추가됐고, 실제 그 조건에 부합하는 판결이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A 부장판사와 B 씨는 공사비 대납 사실을 숨기기 위해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상가에 대해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한 뒤, 이후 A 부장판사의 배우자의 그랜드 피아노를 공사비에 대물변제한 것처럼 합의해제서를 꾸민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받는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4월 전북경찰청에 고발장이 접수된 뒤 공수처가 같은 해 5월 이첩 요청권을 행사해 직접 수사에 나선 사안이다. 공수처는 올해 3월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하자 보완수사를 거쳐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사건은 지역 법원 부장판사와 관내 변호사 간 유착에 따른 토착 비리 사건”이라며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