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기존 역할 재점검…신뢰·객관성·전문성 갖춰야”[위기의 기업 경영, 길 잃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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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과 성과급을 둘러싼 법원의 엇갈린 판결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리스크 확산에도 경제단체들이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이들의 역할이 재정립돼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3일 본지 취재 결과 학계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 단체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성명과 우려 표명 등 과거 대기업 중심의 총론적 입장만 표명하는 단순한 방식에서 벗어나 정밀한 연구와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 및 대안 제시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한국경영학회장을 역임한 김연성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부실 자료 논란은 경제단체들이 기존 의견 제시 방식을 재점검해야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사실과 분석에 근거해 말하느냐'다. 정부 정책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기업 현장의 의견을 정리하고 이를 국가 경제 차원의 쟁점과 정책 대안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앞으로는 회원사 설문조사나 단순 의견 수렴에 기대기보다 빅데이터 분석, 행동 분석, 키워드 분석 등 새로운 조사 방식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며 "정책이나 법안으로 연결될 수 있을 정도의 설득력 있는 어젠다를 제시해야 싱크탱크로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도 국내 경제단체들이 회원사들의 니즈에 맞춘 아전인수식 주장에 급급해 정밀한 수집·가공·분석을 통한 정책 제안 기능이 없다고 진단하며 "독일경영자총협회(BDA) 소속의 연구정책소나 미국의 싱크탱크인 해리티지재단 등의 경우 수준이 굉장히 높고 정책 생산 능력이 뛰어나다. 이들 단체를 벤치마킹하거나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연구조직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연구개발(R&D)과 같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전문성을 갖추는 과정에서의 네트워크 확보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이승길 전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관된 실태 조사와 이론 및 해외 자료 연구 등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싱크탱크로 가려면 결국 인력이 충분해야 한다"면서 "자체 조직이 없거나 인력이 부족하다면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와의 협상력 키우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세우기 위한 콘텐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 교수는 "결국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정부에 객관적인 팩트에 기반한 데이터, 자료,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그게 설득력이 있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노동계 주장만을 갖고 정책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경제단체는 단순히 기업 입장을 전달하는 창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라며 "인공지능(AI), 글로벌 리스크, 호르무즈 해협 이슈처럼 기업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 변수에 대해서도 경제단체 차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 기관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한 중장기 과제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기업 사이의 실질적인 소통 창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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