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거쳐 대표이사 결재...하드디스크 등 모두 회수해 조사
관련 직원들 고의성 부인⋯일부 직원은 휴대전화 제출 거부
정 회장, 광주 방문 사과 여부엔 “진상 규명이 우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코리아(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논란에 대해 직접 얼굴을 드러내고 공개 사과했다. 앞서 사태가 일어난 지 하루 만인 19일 서면으로 사과문을 낸 이후 두 번째 대국민 사과다. 정 회장이 2024년 3월 회장에 취임한 이후 공식석상에서 고개를 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 드리며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또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끼셨다라는 사실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것은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태는 앞서 스타벅스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진행한 프로모션에서 부적절한 문구를 사용한 것이 발단이 됐다. 프로모션 페이지에 ‘5/18’이라는 날짜와 함께 ‘탱크데이’라는 문구를 사용했고,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까지 넣었다. 해당 문구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탱크와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의도적으로 비하하고 유족을 모욕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공분을 샀다.
특히 사태 발생 당일 이재명 대통령이 X(엑스, 옛 트위터)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사회적은 파장은 커졌다.
이에 정 회장은 당일 손정현 스타벅스(운영법인 SCK컴퍼니) 대표와 해당 부서 임원을 즉각 해임 통보하고 관련 임직원 전원에 대한 중징계를 지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튿날 정 회장은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약속했다.
이처럼 정 회장이 신속한 인사 조치와 거듭 사과에 나선 것은 사태가 지속해서 확산하자, 후폭풍으로 인한 그룹 내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논란 이후 일반 고객들은 물론 정부와 여권에서도 ‘탈벅(탈 스타벅스)’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스타벅스 미국 본사 차원에서도 이번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콜옵션 행사를 통해 사업권 회수 가능성도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광주 지역 대형 프로젝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광주신세계의 ‘광천터미널 복합화사업’과 신세계프라퍼티의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마케팅의 고의성 여부에 대한 내부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그룹은 스타벅스 커머스팀과 전략기획본부, 대표이사 등 결재 라인 전반에 대해 휴대전화·노트북 포렌식과 교차 조사를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5.18 민주화운동을 의도적으로 폄훼하려 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논란 직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정황은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관련 직원들이 고의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일부 직원들의 휴대전화 제출 거부와 사내 메신저 기록 보관 기간 한계 등으로 사실관계 규명에 제약이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탱크데이’ 문구를 제안한 커머스팀 일부 직원들은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고, 사내 메신저 기록 역시 일주일만 서버에 저장돼 초기 기획 단계 대화 내용 확인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향후 경찰 조사에서 5.18 민주화운동 비하 의도가 확인될 경우 관련 임직원 즉시 해고하며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번 마케팅에 관여한 직원 5명은 모두 직무 배제 조치됐다.
또 정 회장이 직접 광주를 방문해 5.18 단체와 시민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선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입장을 내놨다. 전 부사장은 “향후에 적절한 시점에 (정 회장이) 내려가는 것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직 못 밝힌 부분도 있어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