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충전기 뜯고, 요금 2배로”…그들만의 ‘은밀한 카르텔’ [전기차 충전, 약탈적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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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요금 kWh당 324.4원까지 인상
신·구축 아파트 대상 영업 활동
기후부 “공동주택 대상 전면조사”

아파트 전기차 충전기가 ‘갈등의 뇌관’으로 돌변했다. 멀쩡한 충전기를 뜯어내고 새 기기로 갈아치우자마자, 충전 요금이 폭등하며 입주민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따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충전 사업자들의 출혈 경쟁이 ‘리베이트 제공’과 ‘기습 요금 인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탓이다. 입주민의 선택권이 배제된 채 진행되는 충전기 교체 사업이 구조적 부작용을 드러내자, 정부는 뒤늦게 공동주택 충전기 운영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기존 충전기를 새 장비로 교체한 단지들에서 요금이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치솟는 기형적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계약 과정에서 차주들의 의견 수렴이 배제된 채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의 독단적 결정으로 교체가 강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아파트 내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서는 “충전기 교체 계약이 입주민에게 공유되지 않았다”며 ‘깜깜이 교체 계약’이 사업자의 수익 보전을 위한 요금 인상으로 주머니를 털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하나같이 충전기 교체 이후 요금이 폭등했다고 지적한다. 경기도 내 A 아파트에서는 최근 전기차 충전기 150여 대가 교체되면서 충전요금이 오를 예정이라는 안내가 이뤄졌다. 기존에는 아파트 자체 운영 방식으로 킬로와트시(kWh)당 200원대 초반에 충전할 수 있었지만, 민간사업자 설비로 바뀌면서 요금이 320원대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주민들은 “급속 충전도 아닌 완속 충전기 요금이 인상되면 유지비가 확 뛰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입대의와 주민 간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인천 서구의 B 아파트에서는 전기차 충전기 30여대를 새로 교체하며 약 7년간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설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서 관리사무소장이 퇴사하면서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계약 과정의 투명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충전 사업자들의 영업 활동 자체를 거부한 곳도 생겨났다. 전라북도 전주시 C 아파트는 업체들의 영업 활동을 모두 거절 중이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최근 여러 업체에서 지하 충전기를 지상으로 무료로 옮겨준다는 제안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며 “한두 건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문의가 들어와 현재는 관련 영업을 아예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보조금을 계기로 충전사업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영업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장기 운영 계약을 따내기 위해 ‘아파트 발전기금’ 명목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설치비와 영업비 부담이 커지면서 결국 이 같은 비용이 충전요금에 반영돼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도 실태 파악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의 교체 과정과 요금 인상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기 유지관리 강화 등 제도 변화와 시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완속 충전요금이 합리적 수준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필요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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