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이 무료 짐 보관소?… 승무원 '가방 알박기' 논란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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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커피숍에서 승무원들이 캐리어를 좌석에 놓고 나가는 모습을 그린 AI이미지. (출처=구글 제미나이 생성 AI이미지)
"카페에 커피 마시러 왔는데, 짐 보관소에 잘못 들어온 줄 알았습니다."

최근 서울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인근 스타벅스를 찾았다가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다는 분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향긋한 커피 향 대신, 수십 개의 여행용 보조 가방과 짐들이 매장 테이블과 의자를 점령해버린 건데요.

사람은 없고 덩그러니 가방만 놓인 '유령 좌석'이 무려 30~40석. 도대체 이 많은 짐의 주인은 누구이며, 왜 하필 카페를 짐 보관소로 쓰게 된 걸까요? 오늘 이슈크래커가 논란이 된 '가방 알박기' 사건의 전말을 짚어드립니다.

◇ "커피 5~10잔 시키고 가방으로 40석 차지"… 점주도 난감

▲승무원 가방으로 가득 찬 광화문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건은 9일 오전 7시께 발생했습니다. 한적해야 할 이른 아침 매장에 난데없이 '가방 부대'가 들이닥친 건데요. 목격자들에 따르면 매장 한쪽 홀의 대부분인 30~40석이 사람 없이 짐가방으로만 빽빽하게 채워졌다고 합니다.

이 짐의 주인들은 국내 한 항공사의 신입 승무원들이었습니다. 미국 비자 면접을 보러 대사관에 왔다가, 짐을 둘 곳이 마땅치 않자 인근 카페를 '임시 물품 보관소'처럼 활용한 것이죠.

현장에서는 매너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30명이 우르르 들어와서는 음료를 5~10잔 정도만 주문하고, 가방만 자리에 둔 채 면접을 위해 2시간가량 자리를 비운 것인데요. 매장 점장이 "다른 고객을 위해 짐을 치워달라"고 요청했지만, "우리도 주문을 했는데 왜 그러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전해집니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만 최소 4~5차례 이런 일이 반복됐다고 하네요.

◇ 왜 하필 스타벅스였나?… '적자 항공사'의 속사정?

▲스튜어디스. (출처=클립아트코리아X이미지투데이)
그렇다면 승무원들은 왜 굳이 카페에 짐을 맡겨야 했을까요? 여기에는 복합적인 사정이 있습니다.

미국 대사관은 테러 등 보안상의 이유로 캐리어 같은 대형 가방이나 전자기기의 반입을 엄격히 불허합니다. 그래서 보통 항공사들은 단체 비자 면접을 진행할 때, 전세 버스를 대절해 승무원들의 짐을 보관해 주는 편의를 제공하곤 했죠.

하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항공사는 최근 이런 차량 지원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해당 항공사가 최근 경쟁사에 인수된 후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던 점을 들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지원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회사 차원의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갈 곳 잃은 짐들이 인근 카페로 몰리게 된 셈입니다.

◇ 프린터, 칸막이, 이젠 짐가방까지… '공유지의 비극'

▲스타벅스에서 민폐 논란을 일으킨 칸막이와 프린터기.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이번 사태를 두고 스타벅스 특유의 매장 운영 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스타벅스는 비교적 개방적인 분위기로 운영되다 보니, 장시간 체류하거나 공간을 과도하게 점유하는 문제로 종종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과거에는 매장에 개인 모니터와 프린터를 가져와 사무실처럼 쓰거나, 독서실 칸막이를 설치해 시야를 가리는 행동들이 빈축을 사기도 했죠. 스타벅스코리아 측도 이런 과도한 좌석 점유나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자제를 안내하고 있습니다만, 이번처럼 '사람 없는 짐 가방'이 대규모로 자리를 차지하는 '공유지의 비극'까지 벌어지게 됐습니다.

항공사 측은 뒤늦게 "매장 이용객과 영업장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직원 교육을 강화해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손님의 에티켓'과 '기업의 직원 지원 책임', 그리고 '공용 공간 배려'에 대해 씁쓸한 숙제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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