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환율에 쪼그라든 지갑...식품업계 新생존법은 ‘소용량·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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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의 ‘1입 포장 호빵’(왼쪽)과 남양유업의 ‘초코에몽 미니 무가당’. (사진제공=각사)

높은 물가와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식품기업들이 매출과 수익성에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판매 규모를 늘리기 위해 해외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내수 식품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식품 소비 촉진을 위한 소용량 제품 출시와 감성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국내 식품산업은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해 가공 후 국내에서 판매하는 구조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소비가 위축돼 수익성이 더욱 꺾일 수 있다는 우려에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전략은 ‘소용량 포맷’이다. 기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강조하던 흐름에 벗어나 필요한 만큼의 양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적은 용량에 맞는 가격으로 1인 가구와 경험 위주 소비자에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싱글서브(단일 섭취) 포장 시장은 2024년 약 104억 달러에 달하며, 2030년까지 연평균 6.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요한 만큼만 소비한다’는 심리가 가격 경쟁력을 넘어 건강과 지속가능성까지 반영한 새로운 구매 기준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SPC삼립은 1인 가구 증가세에 주목해 호빵을 한 개씩 구매할 수 있도록 ‘1입 포장 호빵’을 선보였다. 롯데웰푸드는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조합하면서 소용량 포맷을 더한 ‘크런치 초코바 미니 옥동자’를 출시했다. 남양유업은 대표 제품 ‘초코에몽’(190mL) 제품군에 ‘초코에몽 미니 무가당’(120mL)을 추가했다. 배스킨라빈스는 대형 케이크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위해 ‘쁘띠 케이크’를 출시, 전국 매장으로 확대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니 제품은 합리적 가격대와 적정량을 제공하면서도, 브랜드의 건강·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며 “특히 1~2인 가구 증가, 온라인·편의점·배달 플랫폼 중심의 구매 채널 변화, 환경을 고려한 낭비 최소화 인식이 맞물리며 미니 포맷의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와의 접점에서는 감성을 자극하고 기분 전환을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다. ‘2026 트렌드 코리아’는 올해 소비 키워드 중 하나로 ‘필코노미’를 내세웠는데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필코노미(feelconomy)는 제품을 구매할 때 감정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삼양식품은 과거 삼양라면 제조 레시피의 핵심이었던 우지를 활용한 ‘삼양1963’을 출시, 성수동에서 팝업을 열며 소비자의 체험 마케팅에 주력했다. 삼양1963은 기업 역사에서 아픈 기억인 ‘우지파동’을 극복하고 삼양식품 창업주의 초심 DNA를 계승한다는 스토리텔링을 담았다. 늘어나는 캐릭터 협업 제품도 기분 전환을 위한 소비 마케팅도 필코노미의 일환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구매 채널이 아닌 곳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제품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며 “불황에는 대개 인지도가 높은 제품 위주 구매가 이뤄지는데, 호기심 유발 마케팅으로 이를 상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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