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보완수사…“공소 실효성 장치” vs “권한 집중 회귀”
76%가 “檢 보완수사권 필요 동의”
贊 “피해자 보호…형평성에 기여”
反 “수사‧기소 분리 훼손…신뢰↓”
범죄피해 당사자 목소리 반영해야

형사사법 개혁의 큰 틀은 나왔지만 세부적인 사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경찰의 권한 강화 등을 놓고 학계뿐 아니라 범죄 피해 당사자들도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형사법학회와 한국비교형사법학회, 한국형사정책학회,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한국피해자학회 등 국내 형사법 5개 학회는 이달 5일 ‘형사사법의 체계적 개혁 현안과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형사법 분야 학자, 연구자 및 실무계 전문가로 구성된 회원 11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전체 응답자의 76%(84명)가 검사에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요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보완수사 요구권만 인정’ 응답이 24%로 가장 많았다. ‘포괄적 인정’은 22%, ‘보완수사권 인정’은 18% 순으로 나타났다. ‘제한적 인정’은 12%였으며, ‘불인정’ 14%, ‘기타’ 10%로 집계됐다. 권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크지만 행사 범위와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확인된 셈이다.
찬성 측에서는 보완 권한이 실체적 진실 발견과 공소 유지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만으로는 사실관계가 불명확하거나 증거가 미진한 경우가 많아 무죄 판결이 늘고 피해자 권익 보호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봉수 전남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 기능은 그 속성상 권력화·부패하기 쉽고 통제가 필요하다”며 “수사의 결과를 사후적·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공소청에 공소를 위한 보완수사 및 재수사 권한을 인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홍진영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현실적으로 경찰의 수사 능력이 균질하게 그 수준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의 보완수사는 전국적으로 유사한 종류의 사건이 유사한 방식으로 처리되도록 함으로써 형평을 확보하는 데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완수사 권한 부여가 수사·기소 분리의 근본 취지를 훼손한다는 시각도 있다. 검사가 다시 수사 과정에 관여할 경우 검찰 권한이 재집중되고 경찰은 사실상 검찰의 지휘를 받는 하급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윤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 검사는 중대범죄에 대한 기존의 수사 노하우와 전문 검찰수사관을 앞세워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는 검찰청에서 공소청으로 조직 간판만 바꾸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기 성신여대 로스쿨 교수도 “검사의 보완수사권 인정은 검찰 권한의 과도한 집중을 초래하고 오히려 확증편향을 강화한다”며 “이는 형사사법의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했다.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 범죄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종시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정연수(가명) 씨는 이달 12일 한국피해자학회와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가 주최한 ‘범죄피해자가 바라는 검찰 개혁 세미나’에서 직접 겪은 수사 기관의 문제점을 토로했다.
정 씨는 “경찰은 피해자인 저에게 피해 입증을 위한 수사를 떠맡기는 것으로 보였지만, 검찰은 제 진술을 확인하고 대조하면서 사건발생지를 특정해 냈다”며 “경찰은 검찰의 재수사 요청 이후 제 진술이 사실인지 확인만 한 채 처음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송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권을 경찰에게 더 많이 넘기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지고 있지만, 경찰 수사 현실은 너무 엉망이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역할마저 축소된다면 피해자는 갈 곳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돌려차기 강간 살인미수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는 “똑같은 피해를 당해도 경찰, 검찰, 법원을 거치면서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복불복”이라며 기관 간 단절, 재판 지연 등 문제를 꼬집었다.
검찰개혁으로 수사 지연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리움)는 “수사기관 간 ‘사건 핑퐁’ 속에서 관심에서 멀어지고 소외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며 “수사기관의 수사 범위에 대한 분쟁 속에서 사건 처리의 장기화는 극대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안지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경찰이 검찰의 재수사 요청에 따른 명백한 수사상의 오류를 시정하지 못하는 현상은 사기, 성폭력 등 민생범죄 사건에서 고루 발생한다”며 “보완수사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차례 보완 요구가 이뤄지면 필연적인 수사 지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