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휘 못하는 검사에 ‘보완수사 요구’마저 뺀다
10년 새 검찰 1심 무죄율 두 배
공소청 출범 후 더 늘어날 수도
형사소송법 개정⋯재판 장기화
“수사‧기소 분리, 기능 단절 아닌
기관 다양화‧전문화로 이어져야”
기업에 ‘사법 리스크’ 전가 우려
이 사례는 25일 국회 통과를 앞둔 △검찰청 폐지 △수사·기소 분리 △공소청 및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검찰 개혁안의 또 다른 쟁점인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환기시키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특히 수사권 분산을 명분으로 수사기관이 기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더해 중수청까지 새롭게 등장하면서 기관 간 특수수사 실적 경쟁이 붙게 되면 기업들에게로 사법 리스크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피신조서 증거 부인에 증언거부
지휘 상실·형소법 개정 ‘三重苦’
2021년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수사종결권을 부여받았고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상실했다. 그러나 검사는 여전히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왔다. 하지만 이번 개혁안에는 이마저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치안 공백과 재판 장기화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이 검찰에 불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할 때 수사를 종결한 이후 검찰로 보내기 때문에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경우 사건번호가 새로 주어지게 된다. 경찰이 수사 보완 후 다시 넘기면서 불기소 입장에 변함이 없으면 또다시 사건 종결 뒤 송치하는 탓에 또 다른 사건번호가 부여되는 체계다.
동일한 사실 관계에 기초한 동일 사건임에도 ‘별건에 별건이 쌓이는 구조’를 만들어 ‘수사 비효율’이 누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전건 송치 제도 부활’ 의사를 밝힌 배경이다. ‘전건 송치’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결론과 관계없이 검찰에 송치하는 제도를 말한다. 경찰 수사권을 견제할 장치로 논의되고 있다.

23일 대검찰청 검찰통계에 따르면 검찰의 1심 무죄율은 2014년 0.56%에서 지난해 0.91%로 10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작년 한 해 기소된 65만여 명 가운데 약 5700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셈이다. 수사·기소가 분리된 뒤 신규 출범할 공소청이 공소 유지 과정에서 취약점을 드러낼 경우 무죄 판결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지적된다. 범죄 예방과 민생 치안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피의자 신문조서가 피고인의 동의 없이는 증거능력을 갖지 못하면서 공판은 목격자·고소인 진술이나 폐쇄회로(CC) TV 등 객관적 물증에 의존하게 됐다.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법관이 직접 실체 진실을 규명해야 하기에 형사재판 지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의하면 지난해 1심 형사 합의재판에서 구속사건은 평균 144일(5개월), 불구속 사건은 평균 229일(8개월)이 소요됐다. 일부 불구속 사건은 1년 이상 걸렸고 장기화된 사건은 구속 61건, 불구속 973건에 달했다.
늘어지는 재판과 심지어 1심에서 석방되는 피고인이 늘고 있다는 현실은 범죄 피해자 보호에 부정적이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강간 살인미수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는 “불구속 사건은 구속사건 보다 (재판이) 길어지는 비율이 월등히 높아 피해자는 사건 종결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수사·기소 분리가 제도적으로 추진되더라도 ‘기능적 단절’로 귀결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재평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송치 결정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재수사 요청이 어떻게 변할지가 불투명하다”며 혼란을 염려했다. 올해 조기 대통령 선거 사범 수사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한 상황에서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선거범 수사 차질조차 점쳐진다.
김봉수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 분리가 ‘기관 다양화 및 전문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순한 ‘기관 쪼개기’로 수사력만 분산될지는 논쟁적”이라며 “공소 제기와 유지라는 기능적 필요를 감안하면 완전한 단절은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직적 차원에서 분리가 이뤄지더라도 기능적 관점에서의 단락이나 단절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