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력수요 전망 실패로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부평을)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전력수요 전망의 완벽한 실패로 국가 에너지 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비판했다. 홍영표 의원의 분석에 의하면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된 2013년 한 해 동안만 빗나간 전력 수요 전망의 규모는 1만529 GWh로, 이는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원전 모두를 1년 동안 풀가동했을 때 생산되는 전력량 수준이다.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 과정에서 작성하게 되는 전력 수요 전망은 전력 공급계획인 신규 발전소 건설계획의 토대가 되고 발전소 건설계획은 향후 석탄·가스 등 원료 도입계획의 기초가 된다. 또한 전력 수요 전망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등 전력 이외의 에너지믹스 비중도 윤곽을 드러내므로 전력 수요 전망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홍영표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3년 2월 발표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력수요 전망이 완전히 빗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6차전력수급기본계획 적용 첫 해인 2013년 한 해만 하더라도 정부는 전년대비 3.5%의 전력 수요 상승을 예측하여 전체 에너지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실제 상승률은 1.77%에 불과했다. 전력 수요 예상치 48만5428GWh에서 1만529GWh가 부족한 47만4849 GWh에 그쳤다. 이 차이는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를 동시에 풀가동하여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인 1만311GWh와 유사한 규모이다.
제6차 전력수급계획 적용 두 번째 해인 올 해에도 정부의 전력 수요 전망은 크게 빗나가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전력수요를 전년대비 4.1%에 상승한 50만5315 GWh로 예상하였으나 8월까지 월평균 상승률은 1.67%에 그치고 있다. 이를 전력량으로 계산하면 연말까지 약 2만2537GWh의 예측 오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전력수요 전망 오차가 현재 추세로 지속된다면 불과 2년 후인 2016년에는 4만5511GWh 만큼의 전력량이 당초 전망을 상회하게 되는데 이는 고리1호기(90% 가동시 연간 4,627GWh 생산) 10기를 1년 내내 가동하는 정도의 전력량 예측오차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발전소 증설에 따른 2016년 전력예비율 예상을 26.2%로 잡고 있는데, 이에 원전 10기분 전력량이 추가된다면 말 그대로 전력이 남아도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전력 수요 전망이 완벽히 빗나가는 이유는 정부의 근시안적 전력수급계획 수립 때문이다. 정부는 6차 전력수급계획 작성 당시 전력 요금 상승률을 향후 17년 간 19%로 매우 낮게 잡았는데 이는 전력요금 저가정책이 유지된 과거 추세를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전력수급계획 발표 첫 해인 2013년 1월 전력 요금을 4.0% 인상한 이후 11월 다시 5.4% 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1년간 10% 가까운 전력 요금 인상을 실시할 것임에도 전력 수요 전망 당시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홍영표 의원은 “6차 전력수급 계획의 수요전망이 크게 빗나가고 있는 것은 정부가 국가 에너지 대계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증거”라고 비판하며, “정부가 신규 발전소 건설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안전에 문제가 있는 고리1호기·월성1호기 등 노후원전 폐지계획을 수립하고 발전소 건립 시기 조정을 통해 과잉투자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