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타고 문화콘텐츠 산업 급성장… 금융권, 수천억 자금지원 공격적 마케팅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 치우며 1500만명 관객 동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명량’의 엔딩크레딧에는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또 500만명 관객 동원을 목전에 두고 있는 영화 ‘군도’의 엔딩크레딧에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두 은행들이 해당 영화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영화나 드라마 제작비를 광고 형식으로 지원하거나 신용 및 담보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면 이제는 펀드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금융사들이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경기 침체에도 해당 산업의 성장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문화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3년 말 91조5000억원(추정) 가량으로 2008년 63조6000억원에서 급성장했다. 한류 열풍으로 인해 국내 문화콘텐츠 수출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 수출 규모는 2003년 6억3000억달러에서 연 평균 26.4%로 성장, 2012년 말에는 52억1000만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금융사 중 문화콘텐츠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2011년부터 문화콘텐츠 지원을 선포하고, 2012년 1월에는 국내 은행권 최초 문화콘텐츠 지원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문화콘텐츠 분야 공급 실적은 5417억원에 달한다. 당초 목표액 4500억원을 초과달성했다. 권선주 은행장 취임 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2500억원씩 3년간 총 7500억원 규모를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창조경제 육성이라는 정부 방침에 발맞춰 관련 산업 투자에 매진하고 있다. 오페라와 뮤지컬에 국한됐던 문화콘텐츠 투자를 영화로 확대했다. 2012년 말 CJ펀드 600억원 가운데 300억원을 투자했다. 이 CJ펀드를 통해 2013년부터 해당 분야에 자금이 지원되기 시작했다. 펀드 운용기간은 5년이다.
올해 수출입은행은 고용창출 및 수출파급 효과가 높은 고부가가치 창조산업 지원 강화의 일환으로, 문화콘텐츠 분야에 총 2200억원의 금융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시중은행들도 문화금융 상품개발과 지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영화제작사와 공동마케팅 협약을 맺고 영화 관객 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시네마 정기예금을 영화마다 내놓았다. KB국민은행도 비슷한 상품인 ‘영화사랑적금’을 출시했다.
카드사들 가운데서는 KB국민카드가 대표적이다. KB카드는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5’의 메인협찬사로 3년 연속 참여하면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빅뱅, 싸이, 2NE1 등의 가수가 소속돼 있는 YG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을 지난 3월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방송, 공연 등과 결합한 금융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보험사들은 문화콘텐츠 투자를 넘어 다양한 문화공간까지 운영하고 있다. 현대해상과 롯데손해보험은 영화 ‘해적’ 배급사인 롯데시네마 운용펀드에 투자했고 동부화재와 신한생명은 올해 1월부터 CJ엔터테인먼트가 조성한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광화문 본사 지하에 예술영화 위주로 상영하는 ‘씨네큐브’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고 LIG손해보험은 2006년부터 강남 테헤란로 본사 지하에 ‘LIG아트홀’을 개관해 운영 중이다.
일각에선 문화금융 지원이 늘고 있지만 위험요소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금융’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위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위험을 분산할 시스템도 아직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콘텐츠 분야별 자금 조달 방식의 특성을 파악하고, 다양한 담보물을 기반으로 제공할 수 있는 대출 및 투자 상품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콘텐츠 특성에 따라 흥행 및 제작리스크 차이가 있으며, 이를 금리에 반영하거나 메자닌 상품(CBBW 연계) 개발로 상품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