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ㆍ관피아 개혁 등 차질 불가피… 김기춘 거취 관심
세월호 참사 이후 인적쇄신 등을 통해 ‘국가개조’에 나서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구상이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시작부터 꼬여버렸다. 청와대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내각은 물론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물갈이 폭도 당초 계획보다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 총리가 적극적으로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행사토록 모양새를 만들고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과 비정상화의 정상화, 국가재난안전 시스템 구축 등 굵직한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계획은 이미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6.4지방선거 이후 내각 개편을 단행하려던 계획도 흐트러져 2기 내각 구성은 더욱 늦어지게 됐다.
이 같은 결과를 불러온 안 후보자의 낙마는 변호사로 활동하던 5개월 동안 하루 1000만원, 총16억원을 번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거진 ‘전관예우’ 논란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후 공직사회의 적폐 척결과 기강 확립을 강조하면서 국민검사로 불리던 ‘안대희 카드’를 내놨지만 부메랑이 된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안 후보자가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물러나자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문제라는 비판 역시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의 인사 기준과 국민의 눈높이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에 불거진 안 후보자의 고액 수임료와 관련, 관피아를 잡겠다면서 ‘법피아’(법조인+마피아)를 내세운 것 자체가 국민정서에 반하는데도 불법성 여부만 따지다 우를 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29일 “청와대가 너무 안일한 인사검증을 한 것 아니냐”며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개편 요구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리 인사 실패로 2기 내각 구성을 두고도 벌써부터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집권 2년차라는 박근혜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중대기로에서 대대적인 인사시스템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한 여전히 부실검증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참모진 총사퇴 등 폭넓은 개편 요구와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특히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야권의 지속적인 사퇴요구를 받아온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가 제일 큰 관심사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국가재난시스템의 붕괴에 이어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붕괴됐다”며 “인사 추천과 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 사태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김 실장이 사퇴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