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CJ·신세계 경영체제 안정후 계열사 실적도 호전
'큰집’격인 삼성그룹이 ‘이재용 상무의 삼성에버랜드 BW 변칙증여’에 대한 법정공방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솔 CJ 신세계 등 다른 삼성가(家) 3대에 대한 경영권 승계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지난해 10월 창립 40주년을 맞이해 3남인 조동길 한솔그룹회장에게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넘겨줬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장남인 이재현 회장과 장녀인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을 쌍두마차 체제로 이끌고 있으며 5녀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은 올해 들어 신세계와 이마트를 오고 가며 경영참여는 물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을 착실히 쌓고 있다.
◆ 한솔, 첫째·둘째 제치고 막내가 경영권 승계
한솔은 막내인 조동길 회장이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남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과 차남 조동만 전 한솔아이글로브회장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후계구도에서 멀어진 상태.
현재 조동혁 명예회장은 자신이 만든 사교모임인 EO(Young Entrepreneurs Organization)에 얼굴을 가끔 비추는 것과 매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아직도 한솔케미칼의 최대주주로 경영권 행사를 하고 있어 한솔과의 인연이 완전히 끊어지진 않았다.
반면, 둘째인 조동만 전 회장은 한솔과 관련한 모든 인연을 끊은 상태다. 이동통신 사업과 관련한 비리 혐의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으면서 일체의 활동을 멈춘 상태다.
사실, 조동만 전 회장은 한솔PCS 등을 세우며 정보통신 사업을 벌이던 90년대 중반에는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계열사 19개에 재계순위 20위권에 들기도 했었다.
조동길 회장의 한솔그룹은 계열사를 8개로 줄이는 구조조정 끝에 올해는 전 계열사 흑자를 전망하고 있다.
한솔캐피탈·한솔저축은행·한솔텔레콤 등 부실계열사를 매각하고, 한솔제지·한솔홈데코·한솔LCD 등의 계열사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 때 장남이 금융부문, 차남이 IT, 막내가 제지 부문을 이끌었으나 이제 제지를 모태로 한 조동길 회장의 사업만 남게 된 셈이다.
◆CJ, 남매가 ‘사이 좋게’ 회장 부회장 나눠 가져
CJ는 남매경영을 통해 경영권을 나눠 갖고 있다. 올해 초 인사를 통해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씨를 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업 담당 부회장에 임명했다.
이 부회장은 영화제작 투자ㆍ배급업체인 CJ엔터테인먼트와 극장업체 CJ CGV, 음악채널 m.net을 소유한 CJ미디어 등 CJ그룹의 핵심 사업군인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분야를 맡아 그룹내의 확실한 2인자로 급부상했다. 이와는 별도로 CJ아메리카 사업도 담당하고 있다.
◆신세계, 광주신세계 기반 경영권 승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이자 삼성가의 유일한 현역 여성 그룹총수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자녀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과 정유경 웨스턴 조선호텔상무가 그들.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은 공식행사에 일체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들어 지난 3월 중국 이마트 3호점 개점식과 지난 8월 본점 그랜드 오픈식에도 직접 참석하는 등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다.
그가 신세계 그룹에서 공식적으로 속해있는 부서는 경영지원실이지만 실제론 이마트와 신세계 백화점을 번갈아가며 경영감각을 익히고 있다는 것이 정석이다.
또한 정 부사장은 작정이나 한 듯이 지난 9월 12일부터 열흘 동안 7회에 걸쳐 신세계 보통주 3만 7,600주를 장내에서 사들여 신세계 지분은 4.8%로 늘렸다. 이명희 회장의 15.3%,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의 7.8%에 이어 3대 주주로 등극한 것이다.
정 부사장이 신세계의 주식을 사 모은 이유는 광주신세계백화점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계열사가 신세계를 통해 지배되고 있기 때문. 정 부사장은 광주신세계 백화점의 최대지분(52.08%)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세계의 지분을 넓혀나가면 그룹을 승계하는 것이 된다.
차녀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는 지난 5월 데이엔데이의 지분을 40%나 사들이면서 조선호텔에 이어 2대주주로 등극했다. 데이앤데이는 올해 조선호텔의 베이커리 사업부문만을 따로 독립시켜 만든 법인. 조선호텔의 사업부문에서 가장 알짜배기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결국 정 상무에게는 조선호텔 및 이와 연관된 사업부문에 대한 재산 분할이 함께 시작됐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