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한국 떠난다]고비용 논란 더 키운 ‘통상임금 판결’

입력 2013-12-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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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英 노사 자율결정, 美·日은 법령에 명시…분쟁소지 미리 차단

최근 대법원에서 판결을 내린 통상임금은 고비용저생산 노동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번 판결로 국내 산업계에는 통상임금을 둘러싼 대규모 소송전이 난무할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해외 국가들이 통상임금 범위를 예전에 정비해 논란을 차단한 것과 대비된다.

해외 국가들은 일찌감치 통상임금 범위를 노사자율에 맡기거나 법령에 명확히 규정해 처음부터 분쟁의 소지를 차단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은 노사 당사자 자율로 통상임금을 결정한다. 노사 간 단체협상 등을 통해 연장근로에 대한 보상방식과 보상액 산정방식을 결정하는 식이다. 법령에는 연장근로에 대한 할증임금 산정기준이나 할증률에 대한 규정이 없다. 미국과 일본은 통상임금 포함 범위를 벙령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미국은 공정근로기준법(FLSA)을 통해 통상임금을 규율하고 있다. 통상임금에는 재량상여금, 특별선물 등을 제외한 모든 고용관계의 대가가 포함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통상임금 규율구조가 가장 비슷하다. 초과근무에 대해 통상적 임금 또는 통상적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의 일정률(할증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연장야간근로는 25%, 휴일근로는 35% 이상의 할증률이 적용된다. 통상임금 산정기준에서 제외되는 수당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특히 지급주기가 1개월이 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있어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 등이 문제가 될 소지를 원천 차단했다.

우리나라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법령 규정이 따로 없고 행정지침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대법원이 이번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통상임금을 근거로 산정하던 퇴직금, 야간휴일연장 근로수당 등이 같이 인상돼 노동자들이 받는 총임금은 늘어나게 됐다. 반면 기업은 임금 폭탄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

당장 산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될 때 기업이 부담해야 할 추가비용 규모가 3년간 38조5509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중소기업은 최소 14조3000억원을 일시에 부담하고, 매년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직격탄은 자동차업계가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는 조립산업의 특성상 잔업, 특근 등 시간외수당과 상여금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그룹 측은 소급 적용이 이뤄질 경우, 현대차 5조원을 비롯해 그룹 전체에서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첫해에만 1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그룹 경영을 한순간에 흔들 수도 있을 만한 거액이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성만큼 임금이 상승돼야 임금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대법원 판결을 보면 생산성은 향상되지 않고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면서 노동비용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단위 노동비용이 상승해 일본, 미국, 대만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임금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한국의 임금경쟁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댄 애커슨 GM 회장이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돼야만 한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통상임금 문제가 불거지면 이런 기업이 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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