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태가 봄을 지나 어느새 여름을 맞이했다. 지난 석 달 동안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생업을 뒤로하고 방북 승인, 개성공단 정상화를 외치며 전면에 나섰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정부에 대한 기업인들의 믿음은 점차 약해져 갔다. 개성공단 사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상황을 모면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제 개성공기업협회와 별도로 구성된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사태 해결을 위해 수차례 공개 회의를 열었다. 입주기업 대표들을 한자리에 불러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연일 전달했다. 정부 주도로 입주기업인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 생사의 기로에 놓인 기업인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자리를 스스로 준비한 것이다.
지난 3일 개성공단 기계·전자부품소재 입주기업들이 기계 설비 국내외 이전이라는 중대 발표를 할 때도 정부 측에서는 한 명도 현장에 배석하지 않았다. 절박한 심정의 기업인들에게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무관심했던 것이다.
통일부 측은 기계 철수에 대한 입주기업인들의 발표를 접한 후 ‘정부 입장자료’를 통해 “북한 당국의 일방적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3개월이 지나면서 우리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몇 줄의 문구로만 입장을 밝혔다. 불모지였던 개성공단을 10년 동안 일궈온 입주기업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하지 않은 처사다.
북한이 개성공단 사태 석 달 만에 입주기업인들의 방북을 허가했다. 정부는 대외적 평가를 의식한 답변이 아닌 입주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메시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