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석 달동안 정상화를 외쳐왔던 입주기업인 15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비공개로 진행했던 그 동안의 관례를 깨고 대책 회의 과정은 언론에 공개됐다. 수 십개의 촬영 카메라가 회의장을 가득 메웠고 카메라 플래시는 쉴새없이 터졌다. 취재열기 때문에 입주 기업들과 기자들 사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회의는 기계·전자 부품소재 기업의 발표를 중심으로 입주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사태 장기화로 경영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기업인들은 격분해 있는 모습이었다. 비대위의 소극적인 활동을 지적하는 일부 의견을 제외하고는 비판의 칼 끝은 정부를 향했다. 뚜렷한 대책없이 기업인들이 인내심을 요구하는 정부의 처사에 입주기업인들의 속타는 마음은 야속함을 넘어 분노로 변해있었다. ‘정부의 책임론’이 속속 발언될 때 마다 참석 기업인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공감을 표현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정부가 책임있다는 것을 (참석자들) 모두 동의했다. 이 부분은 반드시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하며 개성공단을 닫은 역사의 악명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염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크를 잡은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워낙 큰 탓에 스피커에서는 계속 잡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또 다른 입주기업 대표는 “교통사고가 나서 차를 보험사로부터 받았는데 누군가가 ‘입주기업 보상금 받아서 차를 샀구나’ 말하더라.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도라산을 통과하던 수 백대의 화물차가 눈에 선하다. 개성공단이 남북경협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정상화를 바라는 것이지 (우리가)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는 4일 부산을 출발해 오는 28일 통일대교에 도착하는 ‘평화국토 대행진’을 실시한다. 이들은 660km를 걸으며 1만여장의 전단을 국민에게 배포하고, 공단 정상화를 대외적으로 호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