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최근에는 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Anonymous)가 북한의 미사일 정보를 빼냈다고 밝혀 국내 사이버 보안문제가 다시금 뜨거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버 보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업무의 대부분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싫든 좋든 모든 기업 활동이나 개인 활동이 온라인상에 유리알처럼 드러나고 그 누구도 사이버 해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들은 보이지 않는 사이버전에 대응하기 위해 보안 전문가와 해커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투자 또한 늘리고 있다.
국내도 그런 일을 하는 기관이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다. 국내 사이버 보안의 국가대표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KISA가 보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업무의 절반가량을 사이버 보안에 치중하고 있으면서도 최근 바른 인터넷 문화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한국인터넷진흥원 이기주 원장을 지난 18일 이투데이가 만났다.
◇ “사이버 보안, 인력 더 확대해야”
“사이버 인력을 미래부와 함께 5000명 이상 양성할 계획입니다. 아직은 인력이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이기주 원장은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해킹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한다. ‘3·20 사이버테러’와 잇따라 터지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으로 인해 수천억원대의 국가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KISA의 인력이나 예산은 정보보호와 사이버보안 업무에 50%가량 치중돼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정보보호 업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선진국도 우리나라 정보보호기술에 관심이 많다. 세계은행(WB), 유럽연합(EU)과 같은 국제기구와 일본·영국 등 12개국 79명의 보안전문가가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을 방문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 원장은 “월드뱅크와 미래부가 글로벌 사이버시큐리티센터를 한국에 만들기로 합의했다”며 “월드뱅크 사무실을 내년 한국에 개설키로 한 것도 사이버 보안에 대한 한국 시장의 영향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정보보호에 대한 개념은 지난 1996년 정보보호진흥원 창설까지만 해도 높지 않았다고 이 원장은 회상했다.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설치된 이후에야 사이버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찰, 검찰, 군까지 이제는 별도의 사이버 조직을 가졌다.
이 원장은 “여러 기관이 함께 사이버 보안 업무를 하다 보니 지금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KISA도 전문성을 갖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미래 이끌 힘은 인터넷 거버넌스”
이기주 원장은 미래의 성장동력은 인터넷 거버넌스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역시 창의적 아이디어를 강조하지만 ICT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 원장의 설명과 맥이 닿는다.
그는 인터넷 거버넌스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것을 주도해야 창조경영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최근 미래부, 구글과 함께 벤처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섰다. 바로 ‘글로벌K-스타트업’ 프로그램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예산만 지원했던 정책을 올해부터 창업자금 1억원을 포함해 컨설팅부터 마케팅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특히 구글이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벤처기업이 개발한 시스템을 구글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실리콘밸리 진출까지 지원키로 결정한 데는 이 원장의 공이 컸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르완다에 22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시스템과 공인인증시스템 수출을 성사시켰다. 이후 정보통신방송 장관포럼(WICS 2013)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ICT 장·차관 대표단 일행이 벤치마킹을 위해 KISA를 방문할 정도로 국제적 입지도 높였다.
인터넷과 관련된 사안에서 한국의 발언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점도 이 원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 원장은 “국내 ICT 산업 수준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해외 유수의 보안업체인 체크포인트사와 시만텍 등도 국내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을 만큼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느 기업이나 한국에서 서비스했던 경험은 해외 시장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에 한국을 핫스팟으로 부를 정도”라면서 “국내 보안시장과 ICT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과 지원들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