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 금연시대-4] 갈 길 먼 한국 금연정책

입력 2013-06-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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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하고 강제 금연 정책 부작용 해소해야

(사진=뉴시스)

담뱃값을 실질적으로 올려 금연을 유도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금연정책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오는 7월1일부터 공중 이용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금연이 시행되는 만큼 강제 금연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우리나라 및 외국의 담배가격정책 비교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의 금연정책을 △담배가격 △금연장소 규제 △광고규제 기준으로 종합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의 총점은 16.96점(80점 만점)으로 3개 기준 분석·비교가 모두 가능한 25개국 가운데 24위로 나타나 꼴지 수준이었다. 금연정책이 가장 모범적인 나라는 아일랜드(62.00점)였고, 이어 △영국(61.54점) △뉴질랜드(56.63점) △노르웨이(48.58점) △스페인(47.38) 등의 순이었다. 반면 꼴찌는 스위스(14.68점)였으며 미국은 19.56점을 받아 우리보다 한 단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특히 각 나라에서 많이 팔리는 담배와 가장 싼 담배의 가격을 조사해 구매력 등으로 보정한 담배가격 지표의 경우 우리나라가 8.62점(30점 만점)으로 비교 가능한 34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TV·라디오·신문·옥외광고물·담배브랜드 인쇄상품·담배회사 후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광고규제 지표에서도 우리나라는 3.6점(13점 만점)으로 비교 가능한 29개 나라 가운데 28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고숙자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수준에서 적극적 담배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며 “이후 물가상승률과 연동하는 담배가격 결정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나라 담배가격의 지표가 가장 낮게 나타난 만큼 강력한 금연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담뱃값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들 역시 담배 가격이 낮다고 보고 있어 이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도 흡연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1%가 현재 담뱃값이 싸다고 답했고, 이들이 생각하는 적정 담뱃값은 8559원으로 집계됐다. 또 질병관리본부의 ‘금연정책의 평가와 향후 흡연율 예측’ 보고서에서도 담뱃값을 8000원으로 높이면 흡연율 30%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었다. 보건당국 역시 높은 흡연율을 낮추는데 담배가격 조정이 가장 효율적 수단이라고 판단해 담뱃값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달 15일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지금은 시기적으로 아니라고 본다”며 “올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노태우 정부 이후 지금까지 담뱃값은 총 일곱 차례 인상됐지만, 담뱃값 인상은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사실상 매번 거론됐다가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담뱃값을 올린 2004년에도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위해 다섯 번의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렸고 상임위원회 의결이 세 차례나 연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월에 대표 발의한 담뱃값 인상 법안도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미뤄지기도 했다.

담뱃값 인상이라는 강력한 금연정책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시행될 수 없는 만큼 정부는 흡연 규제를 위한 강제 금연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7월1일 시행되는 전면적인 금연 정책 역시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금연 규제대상에 포함된 업종들이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업소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들의 생존의 위기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 연구위원은 “비가격 정책으로 금연구역 확대와 함께 담배 간접광고나 스폰서를 보다 엄격히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임에도 세계 60개 이상 나라에서 시행되는 흡연 경고그림 삽입을 외면하고 있다. 대만·태국 등에 수출되는 제품에는 흡연 경고그림이 들어가 있지만 내수용에는 그림 없이 경고문구만 있다. 이에 진 장관은 지난 달 31일 열린 제26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식장에서 “올해 흡연 경고 사진을 담뱃갑에 의무적으로 붙이도록 하는 법안을 관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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