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출신 경제·금융계 장악...금융권, 관치 우려

입력 2013-06-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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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회장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 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과 금융계를 이끌어 갈 수장들의 진용이 거의 완료됐다. 금융권 최고경영진(CEO) 인선을 보면 일명‘모피아’로 불리는 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이 대다수다.

모피아 출신 정점에 있는 신제윤(행시 24회) 금융위원장은 재경부 국제금융과장·금융정책과장, 금융위 부위원장, 기재부 1차관 등 주로 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검사·감독을 총괄하는 최수현(25회) 금융감독원장도 재무부 국고국·경제협력국·이재국·재무정책국과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국장,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장,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5일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임영록(20회) KB금융 사장도 재정경제원 자금시장과장, 재경부 은행제도과장·금융정책국장·2차관 등 금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관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B금융의 수장 자리에 내정됨에 따라 기재부 출신들의 위세가 현 정부서 더 세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내부출신이 임명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임종룡(24회) 전 국무총리실장이 지난 6일 회장 자리에 내정됐다. 그는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증권제도과장·금융정책과장, 기재부 기획조정실장·1차관 등을 역임하는 등 금융·경제분야 전반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관료시절 위아래로 신망이 두터운 그가 농협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적절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농협금융지주의 기대감이 높다.

지난 4일에는 기재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장을 지낸 김익주(26회)씨가 국제금융센터 원장에 올랐다. 그는 재경부 외환제도과장·외화자금과장·국제금융과장을 거쳐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을 역임하는 등 정부의 국제금융 핵심보직을 두루 섭렵한 국제금융 전문가다.

지난달 29일에는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김근수(23회)씨가 여신금융협회 상근 회장에 선임됐다. 김 회장도 재무부 금융정책실·금융국·증권국·국고국을 거쳐, 재경부 외환제도과장, 기재부 국고국장을 역임했다.

이밖에도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겸 국민행복기금 이사장(17회, 전 재경부 1차관),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15회, 전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19회, 전 재경부 경협총괄과장),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24회, 전 기재부 국고국장), 박재식 한국증권금융 사장(26회, 전 기재부 국고국장) 등 금융계 전반에 기재부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차기 이사장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홍영만(25회) 금융위 상임위원도 재무부 증권보험국·세제국·대외경제국을 거쳐 재경부 금융협력과장, 금융위 자본시장국장·금융서비스국장 등을 역임한 기재부 출신이다.

정권 출범 초기 인선이 완료되는 경제정책 분야도 기재부 출신들이 점령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14회, 전 재경부 국고국장)을 중심으로 청와대에는 조원동 경제수석(23회, 전 재경부 차관보), 김동연 국무조정실장(26회, 전 기재부 2차관) 등이 있다.

또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에는 노대래(23회, 전 기재부 차관보) 위원장이 지난 4월 임명됐다. 이들은 기재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EPB) 출신으로 분류된다.

기재부 출신 금융권 고위관료는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경제정책 분야에는 대체로 EPB(옛 경제기획원 출신) 출신들이 가고 금융분야를 잘 아는 모피아 출신들이 금융권으로 많이 갔다”며 “기재부에서 사무관 시절부터 형·아우라 부르며 지내온 만큼 앞으로 잘 합심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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