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맨 평균연봉 1억… 불황땐 ‘양날의 칼’
은행권의 수익 기반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18개 은행 순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줄어든 1조8000억원에 그쳤다. 총자산 대비 0.4%에 불과한 수준이다. 예대 금리차와 더불어 순이자마진(NIM)도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1년 새 0.25%포인트 줄어 올해 1분기에는 1.95%에 그쳤다.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수익성이 가장 안 좋았다.
수익성이 악화일로인 금융권에 구조조정의 어두운 그림자가 엄습하고 있다. 이미 몸집 줄이기로 수익성 관리에 나서고 있는 은행권은 가장 먼저 점포 축소에 들어갔다. 은행원들은 점포 축소가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내심 불안한 눈치다. 점포 하나를 운영하려면 최소 7~8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무수익 점포나 적자 점포가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은행들의 점포 통폐합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올해 들어서만 씨티은행이 15개, 신한은행 14개, NH농협은행 8개, 우리은행이 6개 가량 점포를 줄였다. 적자가 나는 곳의 점포를 닫거나 인근 점포와 통합해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특히 점포 축소는 임대료 등 운영비 감축 목적도 있지만 유휴인력 정리를 통한 인건비 절감 목적이 더 크다. 금융노조가 “인력 축소로 이어질 게 뻔하다”며 반발하는 이유다.
지난 4개월 동안 15개의 점포를 정리한 씨티은행.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점포를 정리했다. 지난해 말 희망퇴직으로 199명을 내보낸 것 역시 대규모 점포 축소와 무관치 않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은행권은 임금협상에 돌입했다. 올 은행권 임금협상 전망은 어둡다. 노조측은 8.1%의 인상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교섭대표단이 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소 무리한 요구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1인당 평균 연봉은 7600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10대그룹 대표기업의 평균 연봉인 6600만원보다 1000만원이나 많다. 금융지주사들의 연봉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의 한해 평균 급여액은 1억75만원이다. 화이트칼라의 전형이지만 단연 국내 최고 수준이다.
외환위기 직후 은행과 보험사들이 줄줄이 퇴출되면서 졸지에 직장을 잃고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금융맨들도 많았다.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금융맨들은 가파르게 연봉이 상승했다.
현재 은행 경영은 최근 10년 이래 최악이라 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수술하지 않고서는 자립할 수 없을 정도다. 고성장 시대가 지나가고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만큼 대내외 여건에 맞춰 영업비, 인건비를 절약하는 등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금융노조가 희망하는 수준의 임금 인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정년 60세 연장을 놓고 은행권 노사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지만 셈법이 복잡해 가시밭길 협상이 예상된다. 우선 사측은 정년연장에 따른 비용 증가를 가장 큰 고민으로 꼽고 있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 임금피크제 기간도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규 고용을 무작정 줄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은 불가피하다.
노조측은 정년연장법이 시행되는 오는 2016년 이전에 사측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 노조 한 관계자는 “사측이 법 시행을 앞두고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 등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시기가 일러 잠잠하지만 하반기에 이 같은 움직임이 가시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