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빚 안갚고 버티는 채무자에 '부채탕감 정책' 부담

입력 2013-03-1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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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부채탕감’ 정책에 대한 기대 탓에 고의로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가 늘고 있다. 이들의 도덕적 해이가 커지면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도 생각보다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10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연체와 개인회생 신청 급증, 가계부실 심화인가, 도덕적 해이 확산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신용회복 신청자 가운데 ‘프리워크아웃’ 신청자 비중이 2009년 8%대에서 지난해 연말 24.6%까지 늘어났다.

프리워크아웃은 일반 개인워크아웃에 비해 채무경감 효과가 훨씬 떨어진다. 먼저 연체가 30일 초과 90일 미만에만 신청할 수 있다. 원금 감면은 없고 연체 이자만 없어지는 제도다.

반면,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일 때 신청 가능한 ‘개인워크아웃’은 채무경감 효과가 크다. 먼저 최대 50%까지 원금을 탕감해준다. 나아가 이자는 물론 연체이자까지 모두 없애준다. 따라서 이같은 경향은 빚을 갚을 능력이 있으면서도 이자 탕감을 노린 채무자들이 빚을 갚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법원을 통한 공식채무 재조정 절차인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에도 비슷한 경향이 관찰되고 있다.

올해 1월 개인회생은 1만8868건으로 작년 1월과 비교할 때 45.1% 급증했다. 그러나 개인파산은 같은 기간 동안 4566건에서 4630건으로 고작 64건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개인파산은 면책 선고 시 모든 채무가 탕감되지만, 개인회생은 5년간 법원이 정한 액수를 갚아야 한다. 그럼에도, 개인회생이 더 인기를 끄는 것은 개인파산은 파산선고 후 소득·재산이 있으면 면책이 취소될 수 있지만, 개인회생은 소득·재산이 있어도 변제액보다 적으면 받아들여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국민행복기금,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 등 새 정부의 가계부채 관련 대책들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어 채무자가 빚을 안 갚고 버텨보려는 동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채무자들이 늘어나면 정부의 가계부채 관련 대책들의 예상 소요 재원이 늘어나는 건 자명하다. 나아가 정책의 효과 역시 희미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정작 절박한 계층이 지원에서 소외되고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하며 정상적인 대출마저 위축될 소지도 있다.

조 연구위원은 “2003년 신용카드 위기 당시에도 채무자 구제대책을 앞두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연체율이 높아졌다”며 “새 가계부채 대책은 지원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하고 연체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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