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협회' 논란에 빛바랜 메달…"양궁처럼 안 되겠니?" [이슈크래커]

입력 2024-09-0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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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재(47·전북장애인육상연맹)가 5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년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에서 결선에 올라 7위를 기록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육상연맹 임원 한 분이 강력하게 반대해서 올해 생활 보조가 함께할 수 없었어요. 올해는 생활 보조가 (경기장 등에) 들어올 수 없어서 훈련하는 데 불편함이 컸죠. 몇 년간 엄마가 생활 보조로 들어와 내 옆에서 손발이 되어줬는데, 엄마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게 많아서 운동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장애인 육상 간판 전민재가 장애인육상연맹을 향한 작심 발언을 했습니다.

전민재는 5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 결선에서 7위를 기록한 뒤, 취재진 앞에서 미리 적어 둔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편지에는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다는 내용과 함께, 연맹 임원의 반대로 생활보조를 받지 못했다는 폭로가 담겼는데요.

▲전민재가 2024년 파리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에서 결선을 7위로 마친 뒤 자신이 육상연맹 임원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 패럴림픽을 준비하기 어려웠다는 내용을 적은 스마트폰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전민재는 앞서 언급한 '생활보조 지원 중단'이 연맹 임원 중 한 명의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었다고 주장했죠. 전민재는 "내 의사는 1%도 반영되지 않았다. 4월에 있었던 익산선수권대회도 생활보조가 없어서 불참한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연맹도 적극 반박에 나섰는데요.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2024년 국가대표 선수 선발하는 시기까지 패럴림픽 쿼터를 단 한 장도 획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가대표 선수단 최대의 인원이 선발돼 한정된 예산의 문제도 함께 고려했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해 초부터 전민재 선수의 생활보조 필요 여부에 관해 본 연맹 임원의 개인적인 감정이 아닌 전문체육위원회에서 논의했다"며 "그 결과 올해부터 가족 중 일원이 들어오는 생활보조를 선발하지 않았다"고 전했죠.

그러면서 연맹은 전민재의 작심 발언에 대해서 "왜 전민재 선수가 이러한 생각을 가졌는지는 유감이지만 앞으로 선수단과 면담을 통해서 더 세밀히 들여다보고 적극적으로 반영해 지원하겠다"고 했는데요.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이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 참석, 행사 시작에 앞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영 폭로로 협회 민낯 드러나…"시대착오적"

시대가 변한 만큼 저는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협회가 따라오지 못하는 거에 늘 답답함과 부당함과 그런 게 많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패럴림픽 이전에는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의 폭로가 있었습니다.

안세영은 협회의 미흡한 부상 관리와 훈련 시스템은 물론 국가대표 선발 과정과 후원·연봉 체계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는데요.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안세영의 무릎 부상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협회에서 안세영의 전담 트레이너를 붙여 부상 관리를 담당했으나 되려 악화한 것이죠. 이에 안세영 측은 "세밀함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안세영은 또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현재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국가대표 은퇴 선수가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 출전 허용하는 기준으로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올해로 22세인 안세영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게 된다면, 향후 국제대회 출전은 요원해집니다.

여기에 현행 한국 실업배드민턴연맹 규정은 '(신인선수 중)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계약 기간은 7년으로 한다. 계약금은 7년간 최고 1억 원을 초과할 수 없다'면서 '입단 첫해 연봉은 최고 5000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 연봉은 (3년 경과 전까지) 연간 7% 이상을 인상할 수 없다'고 명시했는데요.

이러한 정관에 안세영은 "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죠.

이 밖에도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이 협회 돈으로 대회용 셔틀콕을 구매하며 구매대금 30% 상당을 현물로 받아 임의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직원들에 대한 갑질·폭언 폭로가 잇따르며 논란이 됐죠. 김택규 협회장은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정했습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조현호 기자 hyunho@)

축구협회, 갈수록 첩첩산중…이러다 '빙상연맹' 꼴 날라

장애인육상연맹·배드민턴협회와 더불어 대한축구협회의 논란도 뜨거운 감자인데요.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투명한 절차가 문제가 됐죠.

5일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에서는 팔레스타인을 홈으로 불러들여 졸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는데요. 홍명보 감독 선임의 불투명성으로 여론이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 이사가 어떠한 절차 없이 홍명보 감독과의 면담만을 통해 선발했다고 밝히면서 파장은 커졌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이전부터 팬들에게 '국가대표 감독 자리에 관심 없다'는 태도를 밝혀왔기에 배신감은 더욱 큰 상황인데요. 클린스만 감독 선임 시 비판을 받았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사퇴의 목소리가 거세졌습니다.

다만 정몽규 회장은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여론은 협회의 패착이 이어지자 '파벌 싸움·운영 미숙' 등 잡음이 많기로 유명한 대한빙상연맹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를 하는 실정입니다.

파벌 싸움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빙상연맹은 대표 선발과 코치·선수들 간 암투와 갈등, 간판선수의 귀화뿐 아니라 빙상계 이권을 놓고 파벌 싸움을 벌인 바 있죠. 또 펜싱협회 또한 이번 올림픽과 관련해 선수 발탁 논란 등이 나오는 등 곪을 대로 곪았던 문제들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칼 빼 든 문체부·국회, 축협부터 배드민턴까지 줄소환

협회 논란이 다양한 종목에서 불거지자 문체부가 칼을 빼 들었는데요.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죠. 70억 원 넘는 국가 보조금 집행 내용과 협회 운영 실태도 점검했습니다.

문체부는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동시에 권고를 어길 시에는 보조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는 식의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졌는데요.

국회도 문체부의 움직임에 팔을 걷고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달 24일 현안 질의에 정몽규 협회장, 홍명보 감독 그리고 김택규 협회장 등 논란의 중심인물들 국회로 소환하기로 했습니다.

5일 문체위는 전체회의에서 홍명보 감독 선임,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작심 발언' 등과 관련한 현안 질의에 증인 25명과 참고인 8명의 출석을 요구하는 안건을 의결했죠.

증인으로는 홍명보 감독, 정몽규 협회장, 이임생 이사,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의 이름이 올랐고, 배드민턴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김택규 협회장과 김중수 부회장, 김학균 배드민턴 국가대표 감독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또한, 김병철 스포츠 공정위원장, 정강선 파리올림픽 선수단장, 장재근 진천선수촌 촌장 등도 불려 나오게 됐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장미란 문체부 2차관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죠.

관계자는 "문체부 감사와는 별개의 일"이라며 "문체부 감사의 경우 문제점 발견 시 직접적인 행정처분(예산 삭감 등)을 하거나 추가적인 내용 파악을 위해 감사원을 통해 추가 조사하고 행정적 처분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인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참석해야 한다. 불참 시 사법적 조치가 가능하다"며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현안 질의 결과에 따른 국회 차원의 징계나 제지는 못하지만, 수사 기관에 고발을 통해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 참석해 양궁 이우석, 임시현(오른쪽), 남수현 선수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회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제발 양궁협회 반만 따라가라"

계속되는 논란에 지친 네티즌들은 협회의 '끝판왕'이자, 대한민국 양궁계의 소금 같은 존재인 '양궁협회'를 떠올리고 있는데요.

대한양궁협회에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습니다. 국가대표 또한 이전 성적은 배제되고 철저하게 현재의 경쟁을 통해서만 선발하죠.

그러면서 '유소년대표-청소년대표-후보선수-대표상비군-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했습니다.

성과에 따른 포상도 두둑한데요. 양궁협회는 지난 도쿄대회 포상금을 기준으로, 개인전의 경우 금메달 3억 원, 은메달 2억 원, 동메달 1억5000만 원, 단체전의 경우 금메달에 2억 원을 포상금으로 책정했는데요. 동기부여를 위해 개인전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격려금을 지급합니다.

통 큰 보상 덕택에 3관왕에 오른 김우진과 임시현은 각각 8억 원을 받고, 남수현(개인전 은메달)은 5억 원, 이우석(개인전 동메달)은 4억5000만 원, 전훈영과 김제덕은 각각 3억3000만 원을 받게 되는데요. 부상으로 차량도 전달되죠.

그야말로 '체계화', '공정', '보상', '지원' 등 모든 것이 완벽한 협회가 아닐 수 없는데요.

김우진은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있을 수 있던 것은 정의선 회장님의 양궁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양궁의 키다리 아저씨처럼 묵묵히 지원과 애정을 아끼지 않아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많은 기록을 세웠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의 역사와 신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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