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아하! 워런 버핏… 알짜종목 기준은?

입력 2012-09-1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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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 버핏연구소장ㆍ온라인투자전문지 핑크 페이퍼 발행인

버핏은 1926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정식으로 투자 인생을 시작한 이후 여러 경험을 통해 자신의 투자법을 발전시켰다. 그가 최후에 도달한 투자법은 무엇일까? 이는 버핏에 관한 한 투자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질문일 것이다. 그는 50년 넘게 주식 시장에서 살아 남았고, 심지어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당연히 성공 비결도 그의 투자법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경쟁력을 가진 우량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매입한다'로 요약된다. 얼핏 비법이랄 것도 없는 단순하고 상식적인 투자 법이지만 그 효용성은 강력하다. 이 사실을 잘 보여주는 종목이 코카 콜라이다.

코카 콜라는 버핏의 투자 인생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된 종목 가운데 하나이고,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 중 하나이다. 58세이던 1988년 버핏은 이 회사 주식 매입을 시작해 연말에는 12억 달러(약 1조 3,000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그는 지금도 이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기간 이 회사 주가는 액면 분할을 감안했을 때 3.5달러에서 38달러로 10배 이상 상승했다.

만약 그가 투자 조합을 운영하던 20대에 코카 콜라를 접했다면 이 기업의 진가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투자 인생 초기에는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르침에 충실했다. 그는 그레이엄으로부터 어느 기업이 주식 시장에서 현저하게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 매입할만하다고 배웠다. 기업이 얼마나 이익을 내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버핏은 초기에 이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 높은 수익을 냈다. 수익은 신통치 않지만 자산가치가 뛰어났던 지도 회사 샌본 맵(sanborn map)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런 투자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1960년대 중반 버크셔 해서웨이에 투자하면서 절감했다.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는 의류 안감을 생산하던 직물 회사였는데, 실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직물 공장 운영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가치가 시가총액을 상회했다. 그는 이 직물 회사를 인수해 턴어라운드시켜려고 20년 가량을 무진 애를 썼지만 실패했다. 1985년 그는 결국 버크셔 해서웨이의 직물 사업을 접고, 지금의 투자 회사로 변모시켰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턴어라운드를 위해 헛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은 기업은 절대로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남성복 안감의 절반을 생산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양복점에 가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안감이 들어간 회색 양복 한벌을 맞추러 왔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유통 대기업 시어스 로벅으로부터 '올해의 납품업체'라는 상도 받았습니다. 이 회사의 회장이 내게 "당신 네 제품이 정말 좋더군요"라고 말하기에 나는 "그러면 1㎡에 0.5센트씩 더 쳐주지 않겠습니까?"라고 제안했지요. 그랬더니 그는 나더러 ‘정신 나갔느냐’고 하더군요. 사업이라는 게 그랬습니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그가 얻은 깨달음은 기업은 뭐니뭐니 해도 경쟁사를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경쟁력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 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종목이 코카 콜라였다. 코카콜라는 소비자들의 기호와 취향을 사로잡으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었다. 이 강점은 경쟁자가 넘보기 힘든 부분이었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게다가 가격이 적정 수준에 도달한 상태였다. 버핏이 코카콜라 주식 매입에 나선 1988년 중반 이 회사는 경쟁사 펩시콜라와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연초 30배에서 15배 가량으로 하락한 상태였다.

‘경쟁력을 가진 우량 기업을 적정 가격에 매입하라.’

버핏은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투자 비결을 묻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입이 닳도록 이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답변을 접하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비법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상식적이고 단순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사의 진리이든 투자 세계에서의 진리이든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압축적이고 단순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기업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은 실은 복잡하지 않다. 우선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5년 이상 지속적으로 우(右)상향하는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출액과 순이익은 투자자들이 가장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재무제표이고, 5년이라는 기간은 산업의 한 사이클이 완성되는 시기이다. 매출액과 이익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는 것은 그 기업이 경쟁자를 물리치고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기업 가운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두 자리 수를 유지하고 있다면 버핏의 기준에 맞는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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