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산 비중 10%P 증가에 한국 5년·일본은 10년…대외 투자비율 1990년 1%서 2010년 8%로
국내 제조업체들이 국내 설비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는 늘리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와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투자 대비 해외투자 비율은 1990년대 초반 1%에서 90년대 후반 3%로 올라섰고, 2010년에는 8%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설비투자 중 제조업 비중은 1990년 72.7%에서 1990년 후반 50% 이하로 떨어졌다가 2011년 60.3%를 기록했으나 하락일변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해외투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설비투자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국내 투자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이 같은 추세는 심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신고액 기준 올해 상반기 제조업 해외직접투자규모는 46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5% 늘었다. 연도별로 봐도 △2009년 56억6000만달러 △2010년 92억4000만달러 △2011년 100억8000만달러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국내 설비투자는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설비투자지수 증감률을 보면 2010년에는 24.2%를 기록했으나 2011년 0.7%로 그 폭이 뚝 떨어졌다. 또 올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설비투자지수는 -0.7% 감소했다. 설비투자 중 통상 제조업종이 60% 정도로 주를 이룬다.
이은석 한국은행은 조사국 산업분석팀 과장은 “일본 제조업의 해외생산비중은 2009년 17.2%로 우리나라보다 1.8%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일본이 해외생산비중이 10%포인트 높아지는 데 약 10년 이상 소요됐으나 우리나라는 5년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단기간에 급속도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또 2011년 업종별 해외직접투자 비중은 철강업(24.1%), 전기전자(17.1%), 자동차(13.9%) 순으로 높았다. 포스코, 삼성·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업종이 주를 이룬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IT·자동차·화학 업종은 1980년에 비해 2000년대에 금액기준으로 각각 98.2배, 52.3배, 36.1배 급증했으며 비중기준으로도 5배, 3배, 2배 늘어나는 등 고부가치 업종의 해외투자가 크게 증가해 제조업 공동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수입의존도 상승, 내수부진, 잠재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2년 간 해외직접투자로 특히 국내 제조업 관련 일자리가 66만개 손실됐다”고 강조했다.
결국 제조업체들이 국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도 해외 진출을 하지만 국내의 높은 인건비, 규제 등 어려운 기업환경도 원인”이라며 “특히 최근 ‘경제민주화’움직임에 따라 출자총액제한제, 금산분리 등 기업들을 겹겹이 옭아매는 규제들로 앞으로도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