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위의 너무 ‘공정한 잣대’

입력 2012-05-2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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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정치경제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농협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한 것에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농협의 신경(信經) 분리를 주장하며 5조원을 지원해 놓고 이를 이유로 재벌기업으로 지정하는 것은 농협의 손발을 묶는 것과 다름없는 무분별한 처사라는 것.

농협은 공정위가 지난달 농협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지정 취소 소송과 일시 효력 정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을 함께 지난 11일 서울고등법원에 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제도는 정부가 대기업들의 문어발 확장을 우려해 기업 계열사들이 서로가 서로의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공정위는 매년 자산 5조원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올해는 삼성 한국전력공사 현대자동차 등 모두 63개 기업집단이 지정됐다. 자산 규모가 크고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상호출자제한기업은 소위 ‘재벌’로 받아들여 진다.

이에 농협은 영업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반발이 거세다. 우선 협동조합은 구성원리 자체가 약자들이 모여서 집단행동(불공정행위)을 하자는 것인데 오히려 대기업으로 지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

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정부로부터 받는 각종 세제 혜택과 자금 지원이 끊기고, 보유 자산 일부 매각 등 총 24개 기업 관련 법률에 따른 불이익을 받는다.

이에 따라 농협 은행과 NH증권이 자본시장법 관련 규정에 따라 보유 중인 사모펀드(PEF) 지분도 급히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2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열사 간 채무 보증과 상호출자가 금지돼 농협이 농업·축산업 지원을 위해 세우려 했던 자회사 출범이 사실상 차단된 것도 문제다.

이에 공정위는 농협중앙회에서 경제 및 금융지주가 분리되면서 신규 지정하게 됐다고 사유를 밝혔다. 농협은 41개 계열사(경제 25, 금융 16)와 8조6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집단이라는 것이다. 농협은 올해 금융업과 유통 등 경제 사업을 분리하면서 정부로부터 5조원을 지원받았다. 이 바람에 자산이 3조6000억원에서 8조6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이번에 새롭게 지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기계적인 잣대가 들이 댈 것이 아니라 충분히 상황을 검토해 대기업 집단 지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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