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이렇게 피했다
그는 최근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범죄특별수사팀 이재호 팀장을 사칭한 사람에게 전화를 받았다. 금융범죄에 연루됐으니 당장 출두하라는 전화였다. 당시 시간은 오전 10시30분이었다. 그는 업무 때문에 바쁘기 때문에 지금은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자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전화로 진술을 받겠다고 했다. 그런 뒤 계좌추적을 해야 한다면 금융민원사이트로 안내해 계좌번호 및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했다.
김씨는 미심쩍었지만 빨리 혐의를 벗고 싶은 마음에 지시에 따랐다. 근데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김씨의 계좌를 열어 보고는 ‘아차’ 했다. 김씨가 입력한 계좌에는 잔액이 없었던 것. 정기예금이 하나 있었으나 정기예금은 직접 은행을 내방해야 해약이 가능하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정기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했다. 계좌추적에 필요하다며 다시 김씨에게 안전카드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김씨는 이에 따랐다.
그 때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OO은행. 인터넷 대출을 신청하셨습니다. 본인이 하지 않으셨다면 당장 신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휴대전화도 울렸다. 해당 지점에서 계속해서 확인 전화를 한 것이다. 녹취 중이나 다른 전화를 받지 말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말을 무시하고 김씨는 대기 전화를 받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중소 전자업체에 다니는 이민우(39)씨는 평소 단골 은행을 만들어둔 터에 보이스피싱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이씨의 계좌에 있는 5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타 금융기관 8개 계좌에서 연속적으로 분할 계좌이체 되자 해당 지점에서 확인차 전화를 걸었다. 이씨는 “내가 이체한 일이 없다”고 답했고 해당 은행은 그 즉시 타 금융기관과 협조해 돈이 넘어간 계좌를 지급정지시켰다. 이 씨는 1000만원은 이미 인출된 뒤였지만 나머지 4000만원은 지킬 수 있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경을 건너 무작위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개별 금융기관으로서는 제약이 따른다”며 “전체 금융기관이 공조체계 확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