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감세를 하면 경제가 살아난다

입력 2012-04-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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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SK텔레콤 고문

이번 선거가 끝나면 부자와 대기업은 세금으로 스트레스를 좀 받을 것이다. 여야 모두 부자증세와 법인세율 인상을 공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유있는 계층의 세금을 늘려 취약한 복지의 재원으로 하겠다는 것이 그 취지다.

산술적으로는 맞다. 세율을 높이면 세금이 는다. 상속세율을 100%로 하면 상속세가 크게 늘어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상속세율을 100%로 하면 상속세는 한 푼도 걷히지 않을 것이다. 상속 자체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래퍼(A. B. Laffer) 교수는 1974년 어느 날 체니(D. Cheney), 럼스펠드(D. Rumsfeld) 등과 식사를 하던 중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냅킨 위에 그려가며 설명했다. 이 그림이 후에 레이건 대통령의 감세정책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사용되었으며 미국의 경제부흥기를 이끈 래퍼곡선(Laffer Curve)이다.

래퍼곡선은 세금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일해서 세금 내느니 그냥 노는 편을 택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게 돼 오히려 국가의 조세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세율이 0%보다 높아지면 세수는 점차 늘어나겠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세금이 점차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일정 수준, 결국 래퍼곡선에서의 꼭짓점에서의 세율은 얼마일까? 이 적정세율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세수 증대를 위해서는 세율을 올리는 것이 상식이지만, 오히려 세금을 줄임으로써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하고 고용과 소득을 창출하므로 세금 수입도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관건은 적정 세율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다.

감세정책하면 지금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대기업, 부자들도 세금을 적게 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감정적 인식과 추측이다. 이 같은 접근은 감세냐, 증세냐 하는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방해한다.

감세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재정악화, 복지정책 후퇴를 우려한다. 그러나, 법인세액을 3% 인하했던 2010년 우리나라의 법인세액은 37조원으로 전년도의 35조원보다 2조원 늘어났다. 국가 경제의 전체 파이가 커지면 복지에 대한 부분도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우리 밖의 사례다.

우리나라 법인세율 체계는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22% 등으로 나뉘어 있다.

세계 각국은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다. 순수 법인세율을 기준으로 대만은 2010년 25%에서 17%로 내렸고, 일본은 30%에서 25%, 영국은 28%에서 22%로 인하를 추진 중이다. 세율이 세계 2번째로 높은 미국도 현 법인세율 35%를 28%까지 내리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오랫동안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공통점이라면 대부분 세율이 높다는 것이다.

부자감세도 마찬가지다. 1996년에 제정된 8000만원의 부자 기준은 지금까지 겨우 10% 인상돼 연소득 8800만으로 정해져 이들은 동일한 누진세를 적용받는다. 그러나 소득은 1996년 이후 2.4배 이상 증가했다. 경제는 성장했는데 부자 기준은 거의 조정되지 않은 셈이다.

대기업에 들어가 한 20년 근무하면 세금내는 수준은 최고 부자나 마찬가지다. 과세표준을 물가 상승률에 연동하고 과세구간도 경제 규모에 맞게 신축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최고 30%에 달한다는 지하경제를 양성화시키는 것도 급선무다. 소득감면대상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종교인도 세금은 스스로가 내겠다고 했으면 좋겠다. 생각 같아서는 이번 선거에 세금 안 낸 사람은 안됐으면 좋겠다.

세금 없는 곳에 복지가 없다는 말들을 한다. 복지를 위해서는 세금이라는 개인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금 낮은 곳에는 투자가 있다. 투자가 있는 곳에는 자금이 돌기 마련이고 이 자금은 돌고 돌아 경제를 살린다. 경제가 살면 복지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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